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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알쓸신JOB] “옆집 할머니가 아이 봐줘요” 어르신이 ‘일일 도우미’로

입력
2018.02.21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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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한 단시간 보육 영역서

60세 이상 어르신 일자리 창출

올해엔 130명으로 인력 늘려

'우리동네 아이돌봄기동대'의 전행임씨가 13일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와 집으로 가고 있다.
'우리동네 아이돌봄기동대'의 전행임씨가 13일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와 집으로 가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전행임(62)씨는 2년 전 정년 퇴직을 했다. 은퇴하기엔 아직 젊은 나이. 무엇보다 30년 동안 직장을 다니다가 집에만 있으려니 갑갑했다. 적당한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이 연령대 여성을 받아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영업에 도전하거나 ‘풀타임’ 근무를 다시 하기엔 부담스러웠다. 용돈 정도 벌면서 온종일 메여 있지 않을 일이 필요했다.

전씨와 같은 동네 주민인 김선주(41)씨는 지난해 복직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돌도 지나지 않은 딸을 하루 종일 기관에 맡기기는 선뜻 내키지 않았고 풀타임 베이비시터를 쓰려니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김씨가 택한 건 오후 4시까지는 어린이집에, 이후엔 베이비시터에게 맡기는 절충안이었다.

두 사람의 수요가 맞닿은 지점에서 서울시의 ‘우리동네 아이돌봄기동대(이하 아이돌봄기동대)’가 탄생했다. 전씨는 16개월 된 김씨 딸의 ‘하원 도우미’로 6개월째 일하고 있다. 오후에 출근해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온 뒤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4시간 정도 돌본다.

전씨는 ”시간이 길지 않아 부담이 적고 아이가 예뻐 보람까지 있다”고 만족해 했다. 김씨 역시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으셔서 그런지 양육할 때 저와 달리 여유가 있으시다”며 “선배 ‘워킹맘’으로 제 입장을 잘 이해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셔서 든든하다”고 말했다.

아이돌봄기동대는 서울시의 ‘어르신 일자리 사업’ 중 하나다. 만 60세 이상 서울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돌봄 인력을 모집하고 이들이 교육을 받고 인근 지역 만 9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에게 긴급 단시간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로 등ㆍ하원 도우미나 일회성 돌봄 서비스를 실시한다. 비영리단체가 사업단을 꾸려 사업을 진행하고 시는 단체가 노인 1명을 채용할 때마다 연 210만원의 보조금(국비+시비)을 지급한다. 시장형 사업으로, 참여자는 근로 시간에 따른 수익금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사업 수행기관인 안창숙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사업국장은 “아이돌봄기동대는 맞벌이 부부인데 아이가 아파 기관에 못 가게 됐을 때나 반대로 양육자 개인 사정으로 잠시 동안 아이 맡길 곳이 필요한 돌발 상황에 이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이런 일회성 돌봄 서비스가 전체의 10~15%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보육 시장은 이런 단시간 보육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 일로 생계를 꾸리는 ‘전업 베이비시터’가 수입이 적을 수 밖에 없는 단시간 근무를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60대 이상 연령대는 오히려 이 같은 근무 형태를 선호한다는 사실에 사업단은 주목했다. 기본적으로 체력적 한계가 있는데다 대체적으로 충분한 여가 시간을 보장 받기 원하기 때문이다.

아이돌봄기동대 소속으로 6세, 3세 남매의 하원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이종례(74)씨는 “애들 엄마가 4시간을 맡아 달라는데 내가 힘들다고 2시간만 하자고 했다”며 “돈을 떠나서 할 일이 생겼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업종 특성상 시에서 하는 사업이라는 게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16년 70명으로 시작한 아이돌봄기동대는 지난해에는 90명, 올해는 130명으로, 3년 만에 그 수를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서울시에서 하다 보니 부모들이 더 신뢰하는 측면이 있다”며 “사업단도 각종 교육을 통해 직업 의식을 높이고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ㆍ사진=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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