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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 10억…'억'소리 나는 아이돌 육성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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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 10억…'억'소리 나는 아이돌 육성 비용

입력
2015.06.0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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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전까지 연습생들은 긴장의 연속이다. 요즘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EXID의 하니도 고등학생 시절 JYP엔터테인트의 연습생이었지만 1년 만에 짐을 쌌다. 당시 하니와 동고동락했던 씨스타 효린, 시크릿 송지은 등도 똑같은 경험을 겪은 아이돌 스타로 유명하다. OSEN

'억'소리 나는 연습생 살림, 2년에 10억 '멘탈까지 관리시대'

음원 시장은 현재 폭풍 전야다. 최고 아이돌을 놓고 벌이는 빅뱅과 엑소의 진검 승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루이틀 간격으로 두 그룹이 신곡을 나란히 발표한다며 저마다 YG와 SM의 전쟁이라고 부추긴다.

그러나 사실 YG와 SM은 매일같이 전쟁 중이었다. 차세대 빅뱅, 미래의 엑소를 만드는 작업에 오히려 더 큰 힘을 쏟고 있다. 각종 사업을 추진하며 경쟁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는 이유도 신인육성에 재투자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통한다.

이제 연습생 수가 얼마나 되는가는 그 회사의 규모를 따질 수 있는 지표로 사용된다. 그만큼 신인육성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관련 프로그램은 공개돼선 안 될 영업비밀로 여겨지고 있다.

가요 관계자는 "춤과 보컬 연습실을 따로 마련하고 어학강의실, 개인 집중 연습실, 체력 단련장 등 시설비까지 고려하면 막대한 비용"이라며 "보통 중견 이상의 기획사들은 매출의 30%를 꼬박 신인 육성에 쏟아 붓고 미래 인재를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길거리 캐스팅과 같이 '발견'에 초점을 맞췄다면 2000년대부터 '양성과 교육'의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연습생이라는 개념 자체도 그 때 생겼다.

SM·JYP·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이 초반에 주도했던 이 시스템은 이제 회사 규모를 떠나 K팝스타가 되기 전 당연한 절차로 취급된다. 아이돌 문화가 먼저 생겨난 일본이 벤치마킹하는 수준까지 이른 K팝 기획사들의 신인육성 현주소를 살펴봤다.

◇'억'소리 나는 제작비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연습생 기간은 평균 2년이 조금 넘는 25.6개월로 나타났다. 짧으면 6개월 미만인 경우도 있고, 길게는 조권처럼 7~8년 정도의 연습생 시절을 거쳐서 꿈꾸던 무대를 밟는다.

연습생 트레이닝은 노래, 춤뿐 아니라 외국어, 예절, 대화 역량 등 제법 영역이 넓다. 특히 해외활동의 비중이 커진 만큼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은 필수로 자리잡았다. 거꾸로 외국인이나 외국 출신 연습생이 많아지면서 한국어 교육도 있다. 자질에 따라 연기, 작곡 트레이닝을 병행한다.

이 기간 생기는 모든 운영비용은 회사에서 부담하는 구조다. 데뷔 후 생겨난 매출에서 연습생 비용을 제외하고 수익을 나눴던 과거와 달라진 풍경이다.

비용을 상세히 따져보면 '억'소리가 절로 나온다. 5인조 그룹을 기준으로 2년 연습생 과정부터 데뷔까지 많게는 10억원, 평균 4~5억원이 쓰여진다. 성형에 신경을 쓰는 경우라면 1~2억원 정도의 추가비용은 감수해야 한다.

가창, 안무, 외국어 등 교육 비용은 강사 1인당 한 달에 200~500만원선이다. 1년에 한 두차례 해외 전문가를 초빙하는 특별 교육엔 회당 1,000만원이 들어간다. 숙소 임대료나 관리비 등은 한 달에 줄잡아 500만원 이상 필요하다. 식대와 기타 발생 비용 역시 같은 수준이다. 24개월치로 환산하면 연습생 기간동안 7억여원의 지출이 발생한다.

평균 이상의 데뷔음반을 원한다면 3억원은 족히 든다. 작곡·편곡·작사, 녹음, 안무 등에 5,0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또 뮤직비디오 제작비 5,000만원, 마케팅 프로모션 1억원, 의상 및 헤어·메이크업 그리고 프로필 촬영 등 기타 비용을 합치면 1억원이 더 필요하다.

◇연습생도 계급이 달라

같은 연습생이라도 처우는 제각각이다. 기초 지원만 받는 '새싹형'이 있고,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트레이닝을 받는 '풀케어 귀족형'이 있다. 매달 평가를 통해 계급이 갈리기도 하고, 스타성 인정받아 시작부터 특권을 누리는 경우도 있다.

기획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연습생들은 계약을 맺기 전까지 각종 레슨은 단체로 받고, 회사는 식비 정도만 지원을 해준다.

반면 계약을 맺은 연습생들은 과목에 따라 개인레슨을 받을 수 있으며 숙소 제공 및 교통비 지원, 각종 미용 관리 등도 회사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심리적인 안정이다. 연습생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점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여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뒤처지면 떠나야 하는 '정글의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형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것도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할 일이지만 데뷔 기회를 얻는 것이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매순간 생존 경쟁이고 평가 대상으로 지내야한다. 표면상으로 회사가 먼저 나가라고 한 사례는 없다고 하지만 연습실을 떠나는 이들의 처지가 꼭 자의적인 선택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그래서 이들에게 계약서 작성은 인정받고 있다는 위안거리이자 훈장과도 같다.

◇외모만? 멘탈 관리 대세

불과 3~4년 전만 해도 연습생이 적절한 멘토링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오로지 등수를 매기고 기계적인 훈련에만 집중해왔다.

연습생의 대다수인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인성교육을 소홀한 결과는 적잖은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밖으로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났고 부모와 회사간 마찰도 빈번했다. 데뷔 전까지는 참더라도 스타가 되면 팀내 불화나 해체로 이어지는 불씨로도 작용했다.

이를 교훈 삼아 현재 신인육성 시스템은 실력 혹은 외모 관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부분까지 포괄적으로 신경을 쓴다.

청소년상담이나 심리 전문가들을 고용하는 사례도 늘어가고 있다. 또 신인개발팀에는 담임 교사와 같은 담당자가 대여섯 명씩 포진돼있다. 이들은 연습생들의 수업 태도, 상벌점 제도 운영 등을 비롯해 고민 상담 및 학교 성적까지 관리한다. 숙소 생활을 하는 연습생에겐 엄마 역할을 대신한다. 매달 1~2회씩 인근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최근엔 온라인이나 SNS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다.

로엔엔터테인먼트 제작기획그룹 신영균 팀장은 "인성, 근성, 실력 등 연습생이 갖춰야할 덕목 중 1순위는 인성"이라며 "연예인은 공인과 같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감수하고 모든 일을 스스로 판단하는 인성을 갖추지 못하면 실력이 뛰어나도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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