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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국민건강보험료 부과체계 서둘러 개편해야

입력
2014.07.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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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은 1977년 도입, 1989년 전국민 개보험 실시 이후 우리 일상생활에서 빼놓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친근하고 소중한 존재가 됐다. 지난 37년 사이에 내실화가 추진돼 지금은 국제적으로도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비급여 서비스의 축소, 중증질환 환자의 경제적 부담 완화, 실손보험 등으로 인한 빠른 의료비 증가 억제 등이 거론된다. 이들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불공정과 불형평성 해소다. 이는 제도 도입 후 지속적으로 지적돼온 문제로, 관련 민원이 연간 5,700만건에 달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전체 민원의 80%를 점한다. 전국의 공단 지사에서는 민원에 대응하느라 시간을 뺏겨 직원들이 정작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제공을 통한 고객만족도 증가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료 부과에 대한 민원이 많은 것은 보험료 부과 기준에 소득 외에 가입자 명의의 자동차와 주택 등 재산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 평가해 납부 보험료를 산출하는 방식이 공정하거나 형평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험료 부과방식은 이의가 제기될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 왔다. 하지만 개선돼 오늘에 이른 현 방식도 위에서 보듯 엄청난 민원에 노출돼 있다. 병의원에서 제공받는 보험급여의 기준은 모든 가입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데, 보험료는 가입자에 따라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차별화되고 자격에 따라 7가지 부과기준이 적용된다.

실직해 소득이 없어지거나 줄었는데 보험료가 증가하고, 자녀의 재직 여부에 따라 부모의 보험료가 달라지고, 부모의 재직 여부에 따라 자녀의 보험료가 달라지는 등 보험료가 상식에 맞지 않게 부과되는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얼마 전 자살한 송파구 세 모녀 가정도 소득이 없는데 월세와 가족 수를 근거로 월 5만원의 보험료가 부과됐다. 반면 두 채 이상의 집을 가진 120만 명은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여기에 2016년부터 1955~63년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 743만 명이 단계적으로 은퇴하는데, 소득이 없음에도 집과 자동차가 있다고 해서 보험료를 부과하면 실직한 집안의 가게에 큰 부담을 주고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신뢰도도 크게 훼손될 것이다.

복지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해 7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발족, 개선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런데 개선시안은 당초보다 늦어져 빨라야 9월께 나올 예정인데, 최종안이 아니라 논의과정에서 검토된 안이 제시될 모양이다. 개선방향은 원칙적으로 피부양자 제도를 폐지하고 소득에 의거해 보험료를 부과하되 그 소득에는 근로소득 외에 사업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등을 한도액 등의 예외 없이 전액 포함시키는 것이 맞다. 국세청 보유의 소득파악 정보망을 제대로 활용하면 지금보다 공정하고 형평성이 높아진 보험료 부과가 가능할 것이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버는 근로소득 외 소득 12조원이 보험료 부과대상에서 누락돼 있다는 사실이 현행 부과체계의 맹점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그 동안 소득으로 일원화하지 못한 배경에는 사업소득과 임대소득 등 일부 소득의 소득파악률이 저조하다는 현실적 제약이 있었다. 그간의 노력으로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63%(한국은행) 수준으로 상향되고 가입자의 소득자료 확보율도 80%대에서 92% 수준으로 올라가는 등 여건은 개선되고 있다. 이들 비율은 앞으로도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면 주요국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수준이다.

오랫동안 검토만 하고 시행을 미뤄온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이제 때가 무르익었다. 일거에 소득기준으로 개편할 경우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예상되므로 단계적으로 자동차와 재산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소득중심의 비중을 높이고, 동일한 부과기준으로 제도를 개편해보자. 현 시점에서 만지작거리기만 하고 개편을 미루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

배준호 한신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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