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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엔총회의 반란

입력
2017.12.29 17:0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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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의 주된 이슈는 남북문제, 즉 빈곤이다. 회원국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때문이다. 1945년 유엔 창설 당시 51개국에서 지금은 193개국이다. 그러다 보니 3분의 2가 개발도상국이다. 개도국 연합체인 ‘77그룹(G77)’이 대표적이다. 정의ㆍ평등ㆍ공정에 기반한 경제관계 수립이 목적인 G77은 회원국이 133개국으로 유엔 내 최대세력이다. 개도국이 유엔총회의 의제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한계도 뚜렷하다. 13억 명이 넘는 중국과 1만 명도 안 되는 태평양 섬나라가 모두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하니 강대국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총회 결의가 실행력 없이 권고에만 머무는 이유다.

▦ 그래선지 유엔총회에는 ‘국내정치의 해방구’라는 불명예스런 딱지가 붙어있다. 후에 대통령까지 된 차임 헤르조그 유엔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1975년 이스라엘의 불법점령 종식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자 연단에 올라 결의문을 찢어버렸다.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우고 차베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연설 다음날 단상에 올라 “어제 악마가 왔다. 오늘까지도 내 앞 테이블에서 (지옥의) 유황불 냄새가 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유엔총회가 낳은 이런 해프닝은 끝도 없지만, 공통점이 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 지금은 쑥 들어갔지만, 안보리 개혁이 화두가 된 적이 있다. 거부권을 가진 5개국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더 이상 안 된다는 인식에서다. 유엔 창설 당시 그 멤버 그대로가 냉전이 끝나고도 30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 똑 같은 무소불위의 권능을 휘두르고 있으니 당연한 요구다. 가까이는 중국ㆍ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패권 각축장이 된 시리아 사태의 예에서 보듯, 유엔무용론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분오열된 유엔총회로 안보리 권한을 이양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동서갈등과 안보를 다루는 안보리와 유엔총회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미국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이 얼마 전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안보리에서 미국이 단독 거부권을 행사해 불발된 결의안이 비록 구속력 없는 유엔총회이긴 하지만 전 세계의 총의를 모았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더욱이 미국의 치졸한 보복 협박을 이겨낸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이런 모습이면 유엔총회에 보다 큰 역할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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