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어떻게

알림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어떻게

입력
2018.05.24 17:43
0 0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 3월말 에어버스 디펜스 & 스페이스 인공위성 사진을 근거로 분석해 제공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모습. 연합뉴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 3월말 에어버스 디펜스 & 스페이스 인공위성 사진을 근거로 분석해 제공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모습. 연합뉴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24일 진행된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갱도 폭파 등 구체적인 실험장 폐기 방법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비핵화의 첫 걸음’으로 불리는 핵실험장 폐기의 수위에 따라, 향후 북한 비핵화 의지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실험장 폐기 절차는 지난 12일 북한 외무성 발표대로 ‘폭발물을 이용한 갱도 내ㆍ외부 폭파’→‘매립 등 갱도 입구 폐쇄’→‘지상 구조물 및 인력 철수’ 등 3단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5개국 공동 취재진에 폭파와 매립 초기단계까지 공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취재진은 핵실험장 폐기 절차를 취재한 이후 원산 프레스센터로 이동해 관련 내용을 전송해야 하는 만큼, 폐기 행사는 빨라야 25일 공개될 예정이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2006년부터 11년간 6차례의 핵실험이 진행된 핵심 연구지역이다. 핵실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시내에서 약 42㎞ 떨어진 만탑산(해발 2,205m) 계곡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만탑산 주변 1,000m 이상의 봉우리로 둘러싸여 핵실험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평가 받는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4개의 갱도로 구성돼 있다. 핵실험은 주로 1, 2번 갱도를 이용해 진행됐다. 1번 갱도는 지난 2006년 제1차 핵실험 당시의 충격으로 붕괴됐고 방사능에 오염된 상태다. 나머지 2~6차 핵실험은 2번 갱도에서 진행됐다. 3, 4번 갱도는 향후 핵실험을 위해 굴착했으나, 실제 핵실험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핵실험장 폐기는 갱도 내ㆍ외부에 폭발물을 설치해 폭파하는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갱도 내부 벽에 구멍을 여러 개 뚫어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폭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박사는 “이 과정에서 다이너마이트 100㎏ 이상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 4번 갱도는 방사능 유출 우려가 없어 내ㆍ외부 동시 폭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취재진에게도 3, 4번 갱도 위주로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도 22일(현지시간) 풍계리 위성사진을 분석해 “남쪽(3번) 갱도에 시야를 따라 나무를 잘라놓는 등 새로운 관측 장소의 설치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반면 2번 갱도는 다수의 핵실험으로 방사능 오염이 심각해 갱도 내부 폭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번 갱도를 폭파시키면 방사능이 지표면으로 나오진 않겠지만, 방사능 물질이 지하수로 스며들 수 있다”며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2번 갱도는 외부만 폭파하고 매립하는 방법을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폭파 후 매립 방법으로는 콘크리트 매설이 거론되나, 소요 시간과 자금 등의 한계로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이 박사는 “갱도가 1~2㎞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콘크리트로 막기 어렵다”며 “콘크리트 매립이 어려울 경우 내부 벽면을 붕괴시키고 입구까지 붕괴시키면 조금 더 확실한 폐기 방법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도 “자금력, 인력, 시간 등이 많이 소요돼 콘크리트 매립 방식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풍계리 핵실험장 방향의 지진파와 음파 등을 실시간 관측 중이다. 북한에서 폭파 등 폐기 방법이나 그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여러 가능성을 두고 다각도의 관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강원도 고성과 속초에서 지진관측망을, 양구와 철원에서 공중 음파탐지소를 이용해 관측 중”이라며 “인공 구조물은 적은 에너지로도 파괴가 가능하기 때문에 감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폭파 시 화염이 발생하면 백두정찰기(팰콘-2000) 등 국내 보유 정찰기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