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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선수가 플랜A이지만 공부도 포기 안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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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선수가 플랜A이지만 공부도 포기 안 했어요”

입력
2018.03.02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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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체육교육과 입학 이준호군

고교 시절 주전 슈팅가드 역할

부상당하자 5개월간 ‘열공’모드

수능 최저학력기준까지 충족

서울대 체육교육과 18학번으로 입학한 이준호(19)군이 광신정산고 시절 슛을 준비하고 있다. 이준호군 제공
서울대 체육교육과 18학번으로 입학한 이준호(19)군이 광신정산고 시절 슛을 준비하고 있다. 이준호군 제공

“다음주 정말 바빠요. 과 신입생 환영회도 가야 하고, 단과대학 새터(새내기배움터)도 가야 하고…”

지난달 21일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신입생 이준호(19)군 목소리는 여느 대학교 새내기와 마찬가지로 한껏 들떠 있었다. 2일 입학에 앞서 이런저런 학교 행사에 참석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이군은 지난해 연맹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 남자 고등부에서 3위를 차지한 서울 관악구 광신정보산업고등학교(광신정산고) 농구부 주전 슈팅가드였다. 이군은 대회가 끝난 뒤 지난해 6월 경희대 농구부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로 농구를 잘했고, 그 해 12월엔 서울대 체육교육과 수시전형에 당당히 합격할 만큼 공부도 잘했다.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기 쉽지 않은 우리나라 학원스포츠 현실에서 이군 같은 체육특기생이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하는 경우는 드물다. 서울대 관계자는 “축구, 야구선수 출신 체육교육과 입학생이 간혹 있긴 했지만, 농구선수 출신은 이군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실기전형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높은 내신 성적과 더불어 수능 최저학력기준(두 과목 등급 합 4등급 이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 이는 중고등학교 내내 운동에 체력과 시간을 쏟아야 하는 체육특기생이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군이 서울대에 들어가게 된 건 지난해 6월 경희대 농구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일주일 뒤 전국체전 용산고와의 경기에서 당한 불의의 부상 덕분(?)이란다. “솔직히 부상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경희대 농구부에 들어갈 생각이었다”는 이군은 부상으로 훈련을 할 수 없자, 펜을 들었다. 단 5개월, 이군이 인터넷강의를 듣고 학원을 다니며 수능시험을 준비한 기간이다.

5개월 벼락치기로 서울대 합격이 가능했던 건 아니었을 터. 이군은 “운동선수 생활을 하는 내내 꾸준히 공부를 해왔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시절 삼성 리틀 썬더스에서 처음 농구를 배운 이군은 중학생 때부터 농구선수 생활을 했지만 일주일에 하루는 코치에게 양해를 구해 학원을 다니며 학업을 이어갔다. “당시 농구선수가 되는 걸 반대하는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공부를 병행했다”는 이군은 광신정산고 입학 때 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고등학교에선 학원에 다니지 못했지만, 중간ㆍ기말고사 시험기간은 확실히 챙겨 언제나 상위권을 유지했다. “시험기간과 대회가 겹치면 정말 힘들었다”던 이군은 “그래도 언제나 플랜A인 농구선수 외에 플랜B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진학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경희대 농구부에 들어가면 이군 같은 체육특기생들과 훈련하며 대학교 농구선수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일반 학생으로 꾸려진 서울대 농구부에선 같은 상황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 그래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길을 택했다. 고등학교에서 함께 농구를 하다 경희대 농구부에 진학한 친구들도 이군 결정을 존중해 줬단다.

“서울대 입학해 너무 좋다”면서도 “서울대 출신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해 한국농구연맹(KBL)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군. 플랜A는 여전히 프로 농구선수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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