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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

등록 : 2018.02.14 04:00

[겨를] ‘춤추는 슬픈 마음’… 아르헨티나 이민자들의 애환 달래주다

등록 : 2018.02.14 04:00

영화 ‘여인의 향기’ 탱고 장면. 앞을 못 보는 퇴역장교(알 파치노 분)가 탱고를 추는 유명한 장면으로 장식됐다.

탱고는 1880년대 후반 아르헨티나, 정확하게는 이 나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럽 이민자들 사이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 남부의 항구도시 보카 지역은 아프리카 흑인, 쿠바 선원 등과 더불어 전쟁으로 삶의 기반을 잃은 유럽 이민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새로운 땅에 정착하려고 힘겨운 생존투쟁을 벌였는데, 그들이 고달픈 삶의 애환을 달래려 추던 춤이 바로 탱고였다. 탱고가 ‘춤추는 슬픈 마음’으로 불리는 이유다.

20세기 초 부유한 유럽계 이민 2세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변두리 주점에 자주 드나들며 탱고를 배웠다. 이들이 유럽과 북아메리카에 탱고를 소개하면서 세계 전역에 탱고 열풍이 퍼졌다. 특히 유럽의 유행을 선도하던 프랑스의 상류층 사이에 탱고는 큰 인기를 끌었다. 탱고 의상이나 상품을 팔거나 탱고를 강습하는 곳이 생겨났고, 호텔에서는 탱고 파티가 열리게 됐다.

한때 ‘한스러운 춤’으로 꼽히던 탱고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 널리 퍼지면서 아르헨티나 원조 탱고와는 상당히 다른, 경쾌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래서 유럽의 탱고를 본고장인 아르헨티나 탱고와 구분하기 위해 ‘콘티넨털 탱고’ 또는 ‘유러피언 탱고’라고 부르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퇴역장교 프랭크 슬레이드(알 파치노 분)가 격조 있는 탱고곡 ‘포르 우나 카베사’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곡은 ‘탱고의 황제’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뮤지션 카를로스 가르델이 1935년 작곡했다. 그 이름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지하철 역명으로 쓰일 정도로 전설적인 가수의 작품이지만, 정작 아르헨티나 밀롱가에선 이 노래를 들을 수 없다. 이 노래와 영화 속 춤 장면이 정통 탱고가 아닌 미국식 스타일의 콘티넨털 탱고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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