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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 막걸리ㆍ와인ㆍ간장… 상주 명품 브랜드의 다양한 변신

입력
2018.03.16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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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시 외남면에서 곶감 농사를 짓고 있는 풋풋한농부들 정우진 대표가 곶감 건조시설 앞에서 뿌듯한 표정으로 서 있다.풋풋한농부들 제공
경북 상주시 외남면에서 곶감 농사를 짓고 있는 풋풋한농부들 정우진 대표가 곶감 건조시설 앞에서 뿌듯한 표정으로 서 있다.풋풋한농부들 제공

200년 수령 감나무 집단 분포해

4000호 농가 年매출 3000억원

선별ㆍ가공ㆍ포장 ‘원스톱’ 유통센터

7년 전부터 운영… 고급화 성과

상품 다양화ㆍ판로 개척 머리 맞대

테마공원 등 관광산업도 경쟁력

경북 상주시 외남면의 곶감 생산자단체 ‘풋풋한 농부들’의 대표 정우진(27)씨는 곶감청년으로 꽤나 명성이 있다. 6,600㎡ 규모의 감나무밭과 165㎡ 크기의 건조장을 갖춘 이곳 농장에는 정 대표 등 5명의 20대 청년들이 곶감을 생산하고 있다. 충북 청주가 고향인 정씨가 이곳에 정착한 것은 한국농수산대 과수학과 졸업 후인 2015년. 학과 동기생들과 이 생산자 단체를 만든 정씨는 유년시절 소규모로 곶감농사를 짓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영향으로 지금은 어엿한 곶감 회사의 대표로 발돋움했다. 그는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곶감의 특성을 고려해 날씨에 좌우되지 않는 자체 건조시설을 개발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자본금도 기반도 없이 농사를 시작한 터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단골 견학농장이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정 대표는 "한편에선 나이도 젊은데 무슨 농사를 짓느냐고 말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결실을 맺어가는 과정이 즐겁고 재밌다"며 "발로 뛰어다니며 상주곶감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상주곶감. 상주시 제공
전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상주곶감. 상주시 제공
상주곶감 생산장에서 감을 말리는 작을 하고 있다. 상주시 제공
상주곶감 생산장에서 감을 말리는 작을 하고 있다. 상주시 제공

호랑이도 무서워한 곶감은 전 국민이 사랑하는 대표 간식 중 하나로 겨울철 별미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주를 빼놓고 곶감 얘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주곶감의 브랜드가 독보적인데다 지역경제에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상주시에 따르면 상주지역 곶감 생산농가는 4,104호로 연평균 1만1,000여톤을 생산한다. 우리나라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상주곶감의 연 매출액은 3,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명절 선물로 사랑받는 상주곶감은 혈액순환과 숙취해소, 항혈전작용 등 다양한 효능을 자랑하며 상주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2015년에는 이상기후로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흐린 날씨와 많은 비 때문에 당시 생산한 곶감 1만1,298톤 중 35%인 3,600여톤을 망쳐버린 것이다. 생산액 2,998억원 중 430억원 정도가 공중 증발됐다. 농가들은 당시 선풍기도 추가로 사들이는 등 대책마련에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기후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감과 곶감 산업에 변화와 혁신을 요구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상주의 한 곶감농민은 “지난 몇 년 간 궂고 흐린 날씨로 곶감 생산량이 크게 많지 않았는데 최근 건조하고 맑은 날씨를 보이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국에 유통되는 곶감의 원산지가 상주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주요 곶감 재배지는 상주와 경남 함안, 산청, 충북 영동, 전북 완주 등이 손꼽히고 있다. 함안곶감은 고유품종인 수시로 만들어 높은 당도와 완전히 익었을 때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고 조선 숙종 때 진상 기록에도 나와 있다. 영동곶감은 다른 곶감에 비해 밝은 색을 띄고 차진 식감으로 구한말 고종황제에게 진상됐고, 우리나라를 찾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선물되기도 했다. 영동지역은 일조량이 가장 많다는 이유로 곶감 생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등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곶감은 저마다의 특성과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상주 감의 역사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림청 식물법의학분석팀은 2011년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서 ‘하늘 아래 첫 감나무’의 수령을 분석한 결과 750년 이상 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일대에는 또 수령 200년이 넘는 감나무가 집단적으로 분포해 감나무 천국으로 불리고 있다. 백두대간을 따라 소백산맥이 이어지고 낙동강도 옆에 끼고 있는 상주가 감 재배지로서 최적의 입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조선시대 예종실록(1486년)에도 ‘곶감의 진상을 상주에 나누어 정하였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경북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750년 수령의 하늘아래 첫 감나무. 지금도 감이 열리고 있다. 상주시 제공
경북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750년 수령의 하늘아래 첫 감나무. 지금도 감이 열리고 있다. 상주시 제공

상주곶감은 말리는 방법과 건조 기간에 따라 2가지 종류로 나뉜다. 60일 이상 말리면 건시 곶감, 45일 정도 말린 것은 반건시 곶감이다. 최근에는 감을 잘라 말린 감말랭이와 곶감을 잘라 만든 곶감도개도 있다. 곶감의 원재료는 상주 둥시 감이다. 감의 모양이 둥글둥글하다고 해 둥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상주 둥시 감은 2006년 산림청에 품종 등록됐다.

상주곶감이 저절로 곶감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상주곶감도 초창기에는 우후죽순으로 생산돼 유통도 제 팔 흔들기 식이었다. 2005년 출범한 상주곶감발전연합회 영농조합법인도 이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다 2011년 지금의 상주곶감유통센터로 탈바꿈하면서 곶감의 집하와 선별, 가공, 포장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면서 품질 고급화를 이뤄냈다. 2007년에는 ‘상주곶감’을 산림청지리적표시제로 등록해 명품곶감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또 생산이력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들이 한 눈에 생산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상주시도 상주곶감유통센터와 상주감연구소, 경북대 상주캠퍼스 등 유관기관과 곶감의 품질 고급화를 위해 손잡았다. 이에 따라 곶감막걸리 등 13종의 가공상품을 개발해 2015년부터 본격적인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또 떫은 감과 곶감에 대한 종합적인 생산과 가공, 유통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생산 농가에는 곶감박스와 건조저장시설, 가공장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북 상주시 헌신동 상주곶감유통센터 전경.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경북 상주시 헌신동 상주곶감유통센터 전경.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상주시는 또 지난해 ‘상주곶감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2021년까지 떫은 감과 곶감관리, 생산, 포장, 2차 가공, 홍보 등 5개 분야에 77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고 있다. 상주곶감을 응용한 제품은 곶감 엿과 곶감막걸리, 곶감양갱, 곶감간장, 감 식초 등 종류도 다양하다. 머지 않아 곶감아이스와인과 쫀드기, 곶감 잼도 선보이게 된다.

상주시는 판로개척에도 열심이다. 상주영덕고속도로 영덕휴게소에 마련된 상주곶감 특판장은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곶감과 관광산업은 연계한 상주곶감공원도 2015년 문을 열었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이란 테마의 전시체험관은 유치원과 초등학생 견학코스로 자리를 굳혔다.

한편 시는 불안정한 시장상황과 가격하락,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외국산 감 수입과 개방 압력 등에 맞서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이정백 상주시장은 “대부분의 곶감농가들이 기존 농법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혁신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현재 명성에 기대지 않고 나라 안팎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상주곶감. 상주시 제공
상주곶감. 상주시 제공
상주곶감유통센터 직판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곶감 간장.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상주곶감유통센터 직판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곶감 간장.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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