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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가 저기 있어야… 꼭 데려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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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가 저기 있어야… 꼭 데려가야 하는데”

입력
2017.03.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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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인양된 세월호가 이동 준비하는 모습에 감격하며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인양된 세월호가 이동 준비하는 모습에 감격하며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수습자 가족들 안도

“고생했어요, 선체를 옮기면

우리도 함께 목포로 가야죠”

“고비 넘겼지만 끝난 게 아니니

차분히 지켜볼 수밖에 없지요”

“어제가 결혼기념일였는데

남편이 이제는 돌아왔구나”

“고생했어요. 우리 함께 목포 신항으로 가요.”

24일 오후 2시쯤 한겨울용 털모자를 쓴 조은화양 엄마 이금희(48)씨와 허다윤양 엄마 박은미(48)씨가 부둥켜 안았다. 두 사람은 3년의 모진 고통 끝에 피붙이를 보게 된다는 기대를 품고 서로 다독였다. 바지선들 사이에서 절반 넘게 드러난 세월호가 옆으로 누운 채 전남 진도 맹골수도 ‘비극의 현장’에서 떠날 준비가 된 걸 보고서다.

두 엄마를 비롯해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날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어업지도선 ‘무궁화2호’ 갑판과 대기실을 드나들며 세월호가 남동쪽으로 3㎞ 떨어진 반잠수선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수면 위로 13m 올라온 세월호가 단단히 고정된 채 예인선들에 이끌려 움직이자 가족들은 크게 안도하며 아침까지 놓지 못했던 긴장의 끈을 잠시나마 놓았다.

은화 아빠 조남성(55)씨는 ‘마지막 항해’를 하는 세월호를 보며 딸을 꼭 찾고 싶은 간절함을 내비쳤다. 조씨는 “아휴, 막상 선체를 가까이서 맞닥뜨리면 어떨지 모르겠다”면서 “그저 은화가 저기 있어야 하는데, 꼭 데려가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동생 권재근씨와 조카 혁규군을 기다리는 권오복(61)씨는 “고비를 넘겼어도 다 끝난 게 아니니 차분히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면서도 잠깐 웃으며 “잘 되리란 생각이 든다. 이제”라고 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전날 밤 배 왼쪽 꼬리(선미)쪽 화물칸 출입문(램프)이 열려 인양에 어려움이 있단 해양수산부의 긴급 발표에 ‘긴장 모드’로 여명을 맞았다. 오전 6시45분쯤 램프 제거 작업이 잘 마무리됐다고 듣고서야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전날 33주년 결혼기념일을 맞아 배에 오른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54)씨는 남편과 다시 만날 거라는 강한 믿음을 품었다. 유씨는 “램프를 절단하면 공간이 생겨 미수습자들이 혹시 유실되지 않을까 마음 졸이며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면서 “남편이 ‘이제는 돌아왔구나’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게 기쁘다가도”라고 끝내 눈물을 쏟았다. 그러면서 미수습자 9명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랐다.

가족들은 이날 해수부에 인양 작업 문의 전화도 걸지 않고 차분하게 기다렸다. 현장 관계자들에게 ‘빨리 인양해야 한다’는 부담을 주기보단 세월호가 제대로 반잠수선에 안착해 인양의 9부 능선을 넘기를 원했다.

동거차도에 머문 유가족들도 사고 해역을 내려다보면서 기대를 품었다. 세월호가 수면 위로 13m 올랐을 때, 유가족들은 일제히 야산 중턱 간이천막에서 나와 한마디씩 했다. “저기 배가 움직이는 것 보여?” “바지선도 많이 잠겼네”라면서 인양 작업이 한창인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목표치대로 부상한 세월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한 아버지는 스스로를 달래보려는지, 가슴에 묻은 피붙이를 그리며 노란 리본 형태로 하나 둘 쌓아놓은 돌들을 노랗게 다시 칠했다. 매몰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다린 만큼 칠이 벗겨진 탓이다. “지난 주도 덧칠했는데, 자꾸만 (염료가) 날아 가더라고…” 고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는 “(선체를) 목포로 옮기면 우리도 또 가야지”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팽목항엔 세월호가 무사히 인양되길 바라는 추모객들의 뜻이 한데 모였다. 이유정(49)씨는 “나도 애 엄마라 가슴이 미어진다. 기적 같은 일이 마무리 돼 장례가 잘 치러지길 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온 서길원(60)씨는 “이제 미수습자 가족들의 피눈물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도=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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