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확장으로 대구공항 유지 불가피
신공항 전제 대구공군기지 이전 구도 헝클어져
대구 군공항(K2) 이전이 추진된 것은 10여전. 하지만 이전 비용을 전액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대구시 요구에 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사업은 물건너가는 듯했다. 그러나 영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대구시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을 통한 K2 기지 이전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기부 대 양여’방식은 밀양신공항 건설을 전제로 신공항 건설시 폐쇄될 대구공항을 개발, 그 수익금으로 군공항 이전 비용을 마련하는 것으로, 대구시는 지난 해 이같은 계획안을 만들어 국방부에 건의까지 해놓은 상태다.
대구는 도심에서 차량으로 1시간 이내 거리인 밀양에 신공항이 건설되면 대구공항의 국내ㆍ국제선 수요를 모두 흡수할 수 있어, 대구공항과 함께 K2 기지를 함께 폐쇄하는 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대구의 기대와 달리 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 형태로 결론나면서 대구공항은 물론 K2 기지를 이전시킬 대체 부지를 마련하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새 부지를 구하기 전까지 K2 기지의 이전은 불투명한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1일 K2 기지 이전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에서 “정부의 신공항 대책에 따라 K2 기지 이전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언급한 데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대구시는 밀양 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대구공항의 현 민간항공 수요를 떠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덕도 신공항이 선정되더라도 KTX 연장 등을 통해 대구공항 수요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김해공항 확장안은 밀양?가덕도보다 신공항 효과가 적어 대구공항 폐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구시의 판단이다. 권 시장이 1일 대구시청을 방문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에게 “대구 시민들은 신공항이 무산되면 K2 기지 이전도 무산된다고 생각해 더 격분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신공항 건설 = K2 기지 이전’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다. 때문에 지역 정치인들은 김해공항 확장에 불복하는 모양새로 비쳐지더라도 K2 기지 이전 대책 촉구 차원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K2 기지 이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국방부 등의 입장을 들어본 뒤 납득할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실력행사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공동대표는 “김해공항 확장안은 국토부가 결정한 것인 만큼 국방부 입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원회, 대구, 광주, 수원 등 군공항 이전을 추진 중인 지역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확인한 뒤 구체적인 행동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솔직히 대구공항과 K2 이전을 위해 가덕도라도 KTX 연장 등 접근성만 확보한다면 무방하다는 것이 지역 입장이었다”며 “그러나 김해공항 확장으론 아무리 접근성이 좋아도 대구공항 기능을 다 흡수할 수 없어 대구공항 폐쇄를 전제로 한 기부 대 양여 방식의 K2 기지 이전은 불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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