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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성당은 지상에서 천국을 볼 수 있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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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성당은 지상에서 천국을 볼 수 있었던 곳”

입력
2017.07.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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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4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열린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3,4권 출간 기념간담회에서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회평론 제공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4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열린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3,4권 출간 기념간담회에서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회평론 제공

“기독교의 역사는 이미지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ㆍ로마의 화려한 미술에 비해 중세의 미술은 어둡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지만, 중세의 성당은 이미지를 통해 지상에서 천국을 체험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이었습니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미술원 교수가 ‘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사회평론, 이하 ‘난처한’) 3,4권을 펴냈다. 지난해 5월 출간한 1,2권에서 원시시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ㆍ로마 미술을 다룬 저자는 이번엔 초기 기독교 미술과 중세의 문명 및 예술을 두 권의 책에 담았다. 4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열린 출간기념간담회에서 양 교수는 “중세인의 DNA가 여전히 서양 문화 전반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서양인은 여전히 중세인”이라며 “중세 미술에 대한 전문서적은 많지만 읽기 쉽게 접근하는 책은 부족하다는 생각에 집필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성 니콜라스 대성당은 책에서 다루는 초기 기독교 미술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 7개뿐인 한국정교회 성당 중 하나인 성 니콜라스 대성당은 조창한 건축가의 설계로 1968년 완공됐다. 둥근 돔 형태의 지붕으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 내부의 천장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형 성화가 그려져 있다. 1990~1995년 아테네대 미술대학의 소조스 야누디스 교수팀이 직접 그린 것이다. 양 교수는 “이 성화는 2005년 울산에 지어진 한국정교회 성 디오니시오스 성당 벽화와 양식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며 “가톨릭의 이미지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활발하게 변화를 겪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철저한 규칙 안에서 큰 변화 없이 계승돼온 정교회 미술의 기원은 725년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 레오 3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잔티움 건축의 걸작으로 불리는 하기아 소피아 성당을 비롯해 화려한 미술을 꽃피우던 제국은 당시 동쪽과 남쪽에서 세를 불리는 이슬람 세력에게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슬람의 결집력이 교리를 문자 그대로 따르는 ‘순수성’에서 나온다고 판단한 레오 3세는 성화를 비롯해 일체의 성상을 금지하는 법령을 내렸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부터 이어져온 성상 만들기 전통을 한 사람의 결정으로 뿌리 뽑을 순 없었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2세는 성상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장문의 서신을 레오 3세에게 보냈고, 이 때를 기점으로 150년 간의 격렬한 논쟁 끝에 기독교는 동유럽의 정교회와 서유럽의 가톨릭으로 나뉘게 된다. 양 교수는 “훗날 정교회에서도 성상을 다시 인정하지만 엄격한 제한 아래서만 허용된다”며 “우리가 오늘날 서울 아현동에서 수천 년 전의 기독교 미술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가 직접 성당 내부를 안내하며 정교회에 대해 설명했다. 대주교는 “보통 일반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돼 있다고 알려졌지만 성 니콜라스 대성당은 모두에게 열린 곳”이라며 “우리는 성화를 숭배하지 않지만 그림의 색과 구성을 통해 성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눈높이를 낮춘 교양미술서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출발한 ‘난처한’ 미술 시리즈는 8,9권으로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양 교수는 “다음 책에선 르네상스 미술을 다루고 그 뒤에 근ㆍ현대 서양미술사를 한 권에 묶어낼 계획”이라며 “시리즈의 마지막은 한국 미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출간기념간담회가 열린 성 니콜라스 대성당 내부에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한 양정무(왼쪽부터) 교수와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박인곤 요한 보제. 사회평론 제공
출간기념간담회가 열린 성 니콜라스 대성당 내부에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한 양정무(왼쪽부터) 교수와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박인곤 요한 보제. 사회평론 제공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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