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제기한 이듬해 설립
관리하던 비자금 숨기기 의심
SK 일감 몰아주기 의혹 인크로스
최태원 회장과 관련성 의구심도
인크로스 측 “盧 재직한 적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실이 4일 뉴스타파의 폭로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우선 노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3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시점이 2012년 5월로, 부인 신정화씨가 이혼소송을 제기한 이듬해라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의 남은 비자금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7년형과 함께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받고 추징금을 갚아나갔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동생 노재우씨와 사돈 신명수 신동방그룹 회장 즉 노씨의 장인에게 비자금을 맡겨둔 사실이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은 더 이상 낼 돈이 없다며 2011년 두 사람에게 추징금을 대신 내라고 주장했고,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노씨 역시 맡아둔 비자금이 있을 것이란 의심이 드는 가운데 2011년 3월 신씨가 홍콩 법원에 이혼 소송과 함께 재산분할, 자녀양육권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재산을 은닉하려 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다.
뉴스타파는 노씨의 매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연계 가능성도 제기했다. 노씨가 2007년 창업한 것으로 알려진 모바일 광고 및 게임업체 인크로스는 매출이 2009년 97억원에서 2010년 360억원으로 급증했는데 매출의 80% 이상이 SK 계열사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인크로스는 SK네트웍스가 대주주였던 무선통신 솔루션 업체 이노에이스(매출 490억원)를 단 56억원에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때문에 최태원 회장이 처남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었거나, 노씨를 내세워 위장계열사를 운영한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노씨는 홍콩에서 인크로스의 자회사 인크로스 인터내셔널 대표로 재직하던 시기에 현지 중개회사를 통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돼 있어 모종의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크로스측은 “중국 사업을 위해 설립한 인크로스 인터내셔널은 2014년 법인을 정리해 현재 자회사가 아니며, 노씨가 대표로 재직했던 적이 없다”며 “노씨는 지난해 인크로스 지분을 전량 매각했고, 비상근이사직에서도 사임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도 지난 2004년 7월 2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 코포레이션’(BAC)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났었다. 2013년 6월 뉴스타파는 “재국씨가 BAC 명의로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계좌를 개설해 최소 6년간 자금을 움직였다”고 밝혔고, 이후 해당 계좌에 약 170만달러가 예치돼 있다가 홍콩으로 인출된 정황이 추가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은 그 해 9월 재국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갔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으나 뚜렷한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검찰은 싱가포르에 BAC 계좌 관련 사법공조를 요청하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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