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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막고… 유언비어 노이로제 걸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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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막고… 유언비어 노이로제 걸린듯

입력
2015.06.0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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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정보 공개는 쉬쉬한 채

시중의 소문 단죄 으름장만

경찰이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유언비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발병 병원 등 핵심 정보 공개는 미룬 채 시중의 소문을 법의 잣대로 단죄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청은 고소와 신고 등을 통해 접수된 메르스 유언비어 및 괴담 14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여전히 조사 후 범죄 혐의가 드러날 경우에 한해 처벌하겠다는 단서를 달고 있으나, 유언비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강신명 경찰청장 역시 이날 대전경찰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르스와 관련해) 공공의 질서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허위 사실 유포 행위에는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과 별도로 부산과 광주에서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린 사람이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되는 등 경찰 수사가 발 빠르게 진행되는 형국이다.

거짓 정보 유포자를 조기에 처벌해 혼란 확산을 막으려는 경찰의 조치는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메르스 연관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온라인상에 떠도는 모든 소문을 유언비어ㆍ괴담으로 규정한 채 경찰력을 내세워 통제하려는 발상이 타당하냐는 점이다. 사실과 다른 유언비어가 확산되고 있다면 처벌이 아니라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막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왜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는지는 정부가 분석하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불안해 하는 시민들이 질병을 예방하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지 무작정 입을 닫으라고 하는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가령 ‘○○병원에 가지 마라’는 소문이 돌면 정부가 ○○병원이 메르스 환자들이 치료를 받은 곳인지 여부를 알려줘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이 먼저라는 설명이다.

유포 글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지를 놓고도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메르스 유언비어 유포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혹은 형법상 영업방해죄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까지 난관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검사장 출신인 박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이런 저런 소문을 전하는 글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고, 더불어 유포 글의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기는 더욱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메르스가 공기 중으로 전염이 된다’는 단순 허위 사실은 처벌 근거 자체가 희박하다는 게 다수 법조계 관계자의 의견이기도 하다.

한 교수는 “결국 일차적으로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데 실패한 정부가 국민 불안의 책임을 유언비어 유포자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현 시점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부가 좀 더 고민하고 적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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