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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4차산업혁명위, 위상 논란 앞서 마인드 전환을

입력
2017.09.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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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출범을 앞둔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위상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8월 목표로 국무총리급 위원장에 장관급 국무위원 15명이 위원회에 참여한다는 구상이 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포함 4명의 장관만 참여하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시도지사협의체의 장’의 참여도 백지화되었다. 야심 차게 내세운 4차산업혁명 의제가 용두사미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기정통부 유영민 장관은 대통령의 의지가 여전하며, 민간 주도로 전문적이고 순발력 있는 대응을 위해 거품을 뺀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이 한국사회에 수용되고 전파되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본래 4차산업혁명 개념의 원조는 2011년 독일에서 발간한 ‘Industrie4.0’ 보고서이지만, 2016년 2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Jobs)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정관계와 언론은 다보스발 4차산업혁명 개념을 앞다퉈 소개하고, 한국은 새로운 혁명에 크게 뒤쳐졌다는 위기의식을 확산시켰다.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에서 이세돌 9단의 패배는 4차산업혁명의 개념을 따져볼 심리적 저항선을 무너뜨리고, 정부의 개입주의를 정당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따라잡기(catch-up)’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선도자(first mover)’ 패러다임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은 고개를 끄덕일 만했다.

이후 연일 4차산업혁명 관련 토론회와 관련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으며, 대형 서점의 판매대를 장악했다. 4차산업혁명의 열풍만큼은 선도국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 개념에 대한 진지한 논쟁이나 주체적인 분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의 4차산업혁명 대응력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는 다보스의 평가를 천편일률적으로 인용하며 위기의식을 자극했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산업혁명 도식도와 다보스 보고서에 담긴 허술한 통계를 여과 없이 인용해온 것도 문제다. 인용한 통계의 대부분이 다보스포럼이 자체로 실시한 15개국 371개 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불과하다는 점을 제대로 명시한 자료를 찾아보기 힘들다.

퍼스트 무버 국가들의 대응은 확실히 우리와 사뭇 다르다. 이들 나라에서는 4차산업혁명이 실제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올지, 일자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검토하고 지속적인 실증분석으로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독일에서 인더스트리4.0이 노동4.0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라). 일자리의 대부분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다보스의 주장과 상이한 입장을 보여주는 보고서도 속속 발간되고 있고, 한국의 기술변화에 대응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론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우리와 그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기술변화에 미치는 가치와 규범의 역할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발견된다. 그들의 4차산업혁명론은 기술환경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영향은 결국 자신들의 철학과 규범, 정책대응에 좌우될 것이라는 관점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그 연장선에서 자신의 가치와 규범이 반영된 새로운 산업인터넷의 기술규약과 표준화를 위한 참조모델 구축 경쟁에 발 빠르게 뛰어들었다. 2017년에는 RAMI4.0 모델(Industrie 4.0 reference architecture model)을 내세운 독일 인더스트리4.0과 IIRA모델(Industrial Internet Reference Architecture)을 내세운 미국 주도의 산업인터넷컨소시움(IIC)이 표준 경쟁을 주도하기 위한 협력관계 합의까지 이뤘다.

반면 우리에게 4차산업혁명과 기술변화는 고정상수이며 어떠한 관점과 규범으로 대응할 것인지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위원회의 규모나 예산이 최대 관심사다. 진정한 위기의 원인은 AI가 아닌 4차산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인드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위원회 축소논란보다 인식전환이 시급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정한울 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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