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제주 성당 살인사건 중국인 징역 25년

알림

제주 성당 살인사건 중국인 징역 25년

입력
2017.02.16 16:24
0 0

제주지법, “치밀하고 계획적 범죄”

반성 없고 자신 범행 정당화 ‘엄벌’

심신미약 인정 무기징역서 감형

지난해 제주의 한 성당 여신도 살인사건으로 충격을 줬던 중국인에게 중형에 내려졌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허일승 부장판사)는 16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중국인 천궈루이(陣國瑞ㆍ51)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에 앞서 이틀간 제주시내를 배회하며 범행 장소와 대상을 물색했고, 범행장소를 결정한 이후 도주로 파악을 위해 사전답사까지 하는 등 계획적이고 치밀한 면모를 보였다”며 “재판과정에서도 반성과 후회,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는 등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범행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택했지만, 정신감정 결과 5∼6년 전부터 피고인이 정신병을 앓았고 범행 당시 망상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인정해 징역 25년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제주시의 한 성당에서 홀로 기도를 하고 있던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중국인 천궈루이가 16일 오후 자신의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제주지법으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제주시의 한 성당에서 홀로 기도를 하고 있던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중국인 천궈루이가 16일 오후 자신의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제주지법으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천씨는 지난해 9월 17일 오전 8시48분쯤 제주시 모 성당에서 기도 중인 김모(61ㆍ여)씨를 미리 준비해 갖고 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천씨의 범행으로 중상을 입은 김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다음날인 18일 오전 다발성 자창(흉기에 의한 상처)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숨졌다.

천씨는 사건 발생 전날부터 범행 현장인 성당을 여러 차례 답사했고, 범행을 저지른 뒤 곧바로 서귀포로 도주해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그러나 성당에 침입한 뒤 3분이 지나 다급하게 달아나는 모습이 성당 주변을 비추던 폐쇄회로(CC)TV에 찍히면서 천씨는 사건 발생 7시간 만에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천씨는 5~6년 전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2010년쯤 중국 정부가 자신의 머릿속에 칩을 심어놓고 자신을 조종하고 신체적으로 고통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천씨는 외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갈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천씨는 처음에 일본으로 건너가 범행할 것을 계획했지만 비자발급이 여의치 않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를 목적지로 선택했다.

지난해 제주 성당 여신도 살인사건으로 제주사회에 충격을 줬던 중국인이 1심에서 징역 25년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현장검증을 위해 범행현장인 제주시 모 성당을 찾은 중국인 천궈루이(사진 왼쪽 첫번째)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제주 성당 여신도 살인사건으로 제주사회에 충격을 줬던 중국인이 1심에서 징역 25년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현장검증을 위해 범행현장인 제주시 모 성당을 찾은 중국인 천궈루이(사진 왼쪽 첫번째)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당시 이 사건을 비롯해 중국인 관광객에 의한 강력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제주도민들의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온라인상에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를 폐지하자’는 청원운동이 시작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이날 재판장에서 천씨는 실형을 선고받자 갑자스런 호흡곤란 증세로 쓰러졌고 교도소직원들에 의해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날 숨진 김씨의 남편은 “기도를 하다 참변을 당한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고 괴롭다”며 “지금도 사과 한마디 안하는 중국 당국을 보면 복수를 하고 싶어도 자식과 손주들 생각 때문에 할 수도 없다. 억울해 자살충동을 수시로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심정을 털어 놓았다. 이어 “망상장애는 본인의 감형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판부에서도 피해자의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그에 따른 응당한 처벌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중국 당국이 사과만 한다면 피고인을 용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