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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꿈은 진짜 현실의 반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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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꿈은 진짜 현실의 반대일까?

입력
2018.03.21 13:5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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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설에 꿈은 생시의 반대라는 말이 있다. 해서 꿈에 초상나는 것을 보면 길몽으로 해석하곤 한다. 과연 그럴까? 사실 여기에는 동아시아의 인식방식과 상징문화가 결합된 다소 복잡한 내용들이 숨어 있다.

동아시아 전통에서 죽음은 삶의 데칼코마니와 같은 반대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생일에는 기일이 상응하고, 100일에는 100제가, 그리고 돌에는 소상 즉 1년 상이 존재한다. 또 ‘논어’ ‘양화’에는 자식이 3년은 지나야 부모의 보살핌을 벗어날 수 있으므로, 사후 3년 상이 통례가 된 것이라고 하였다. 즉 3년 상 역시 삶의 양육기간과 직결되는 것이다.

이렇듯 동아시아에서 죽음과 삶은 데칼코마니다. 그러나 완전히 똑같지는 않고 거울처럼 반대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그래서 삶에서는 왼쪽을 높이고 오른쪽을 낮춘다면, 죽음과 관련된 상례에서는 반대로 오른쪽을 높인다. 이는 두 손을 맞잡는 공수(拱手)를 취할 때, 삶에서와 상례에서의 방식이 반대가 되는 것. 또 유교에서 절을 할 때, 위로 올라가는 손이 반대로 바뀌는 것 등을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저승사자가 올 블랙의 패션을 선보이는 것 역시 조선시대 의복이 흰색인 것에 대한 반대 설정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꿈이 반대라는 주장 역시 나름의 타당성을 가진다. 그러나 꿈은 사후세계와는 다르다. 이런 점에서 꿈이 반대라는 주장은 실은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꿈과 관련해서는 동아시아의 전통적 상징해석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초상이 나면 먹을 거리가 풍족했다. 이 때문에 초상 꿈은 풍성한 음식을 동반하는 길몽이 되는 것이다. 길몽의 대표인 똥꿈은 누런 황금색을 통해 금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또 돼지꿈은 돼지가 한자로 돈(豚)이므로 금전과 관련된 행운을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해석으로 인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에 장의차나 똥차를 보면 길하다’는 인식이 존재하곤 했다. 즉 이런 판단은 비단 꿈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한자에서 같은 발음을 차용하는 아재개그와 같은 해석들은 일상에서도 종종 목도된다. 숫자 4는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으므로 터부시하는 것. 또 박쥐를 나타내는 한자가 복(蝠)이므로 나는 박쥐 장식을 통해서 복이 들어온다는 해석을 하는 것 따위이다. 중국 분들이 문에 복(福)자를 뒤집어 붙여 놓고 복이 들어오기를 바랐다면, 우리는 박쥐를 통해서 복을 기원했던 것이다. 이외에도 ‘치는 종(鐘)’과 ‘마칠 종(終)’의 발음이 같은 것을 차용해, ‘인생 종친다’는 표현 등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오늘날에도 종을 선물하는 것을 꺼리는 측면이 있다.

우리전통의 상징해석과 관련해 가장 많이 확인되는 것은 다산과 장수이다. 오만원권 도안의 앞면에는 신사임당의 그림으로 전해지는 ‘묵포도도’, 즉 먹으로 그린 포도가 있다. 탐스러운 포도덩굴은 많은 자손이 끊이지 않고 번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산의 상징으로는 수박도 있는데, 풍성한 크기와 빨간 속살에 빼곡히 박힌 씨앗과 덩굴은 번성하는 자손을 나타내기 좋았다. 실제로 신사임당의 그림에도 수박과 들쥐를 그린 ‘초충도’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데, 쥐 역시 강력한 번식력을 가진 다산의 상징에 다름 아니다.

또 예전에 잘 사는 집에는 하나씩 있었던 자개농의 도안에는 의례히 석류와 십장생이 배치되곤 하였다. 석류의 보석 같은 열매가 가득한 모습은 부귀와 다산을 상징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또 십장생은 수명이 짧았던 시절에 오래 살고 싶은 바람을 잘 나타내준다.

꿈은 반대는 아니다. 그러나 꿈속에도 당시 우리 선조들이 원했던 바람은 고스란히 묻어 흐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과거에도 꿈은 현실의 연장선상이었을 뿐이다.

자현 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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