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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조국선 아무도 가지 않은 길... 평창의 작은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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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조국선 아무도 가지 않은 길... 평창의 작은 영웅들

입력
2018.02.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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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경의 제자 샤이엔 고

36명 중 36등 ‘평창 티켓’ 행운

1500m서 예선 탈락했지만

싱가포르 첫 동계올림픽 출전

스켈레톤 꼴찌 가나의 프림퐁

진공청소기 업체 직원으로 생계

아프리카 출신으론 2번째 참가

춤과 거수경례 후 신나게 퇴장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 샤이엔고가 17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 샤이엔고가 17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최민정(20)이 여자 쇼트트랙 1,500m에서 한국에 세 번째 금메달을 안긴 17일 강릉아이스아레나. 예선 3조 경기에 앞서 샤이엔 고(19)가 호명됐다. ‘싱가포르 첫 동계 올림피언'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아직 올림픽 수준과는 거리가 멀어 그는 2분36초971로 6명 중 5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하지만 성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조국의 올림픽 역사를 새로 쓴 고는 “싱가포르의 첫 동계올림픽 출전선수라는 부담감이 약간 있었지만, 나를 아껴주시고 도와주셨던 분들이 많아 행복했다"고 말했다.

4세 때부터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해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전설인 전이경(42)씨의 지도를 받은 고는 지난해 11월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여자 500m 예선 7조에 출전, 2위를 했다. 앞서 달리던 선수들끼리 뒤엉켜 넘어지는 바람에 얻은 행운이었지만 준결승에 진출했고, ISU 랭킹 포인트를 얻어 36명 중 36위로 평창행 티켓을 얻었다.

16일에도 한 스켈레톤 선수의 뜻 깊은 레이스가 있었다. 역대 두 번째 아프리카 출신 올림픽 스켈레톤 선수 아콰시 프림퐁(32ㆍ가나)은 3차 시기에서 53초69 만에 결승선을 통과, 30명 중 30위를 기록했다. 그는 1∼3차 시기 합계 2분42초12로 1위 윤성빈(한국ㆍ2분30초53)보다 무려 11초59 뒤져 상위 20명이 진출하는 4차 시기 출전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카메라를 향해 손짓하며 춤을 춘 다음 거수경례를 하고 신나게 퇴장했다. 가나 태생의 프림퐁은 8세에 네덜란드로 이주해 2003년 네덜란드 주니어 선수권대회 200m에서 우승한 육상 꿈나무였지만 한계에 부딪히자 겨울 스포츠인 봅슬레이로 종목을 바꿨다. 하지만 2014년 소치올림픽 네덜란드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에 실패했고, 진공청소기 업체 직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야 했다. 2016년 스켈레톤으로 갈아 탄 프림퐁은 가나에선 처음이고 2006년 토리노 대회에 출전했던 타일러 보타(남아공)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아프리카 출신 올림픽 스켈레톤 선수가 됐다. 프림퐁은 "나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생각하면서 더 분발할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역대 두 번째 아프리카 출신 올림픽 스켈레톤 선수 아콰시 프림퐁(가나)이 16일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남자 스켈레톤 3차시기를 마친 후 코치와 포옹하고 있다. 평창=AFP 연합뉴스
역대 두 번째 아프리카 출신 올림픽 스켈레톤 선수 아콰시 프림퐁(가나)이 16일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남자 스켈레톤 3차시기를 마친 후 코치와 포옹하고 있다. 평창=AFP 연합뉴스

용평 알파인센터에서 열린 알파인 스키 여자 대회전 경기에서도 모국의 새 역사를 쓴 선수들이 잇따라 나왔다. 아프리카 인도양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유일한 선수인 미알리티아나 클레어(17)는 15일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다. 어릴 때 프랑스로 입양된 그는 2006년 토리노 대회의 남자 알파인스키 선수 마티외 라자나콜로나 이후 마다가스카르에서 역대 두 번째이자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기록을 남겼다. 성적은 전체 81명 중 48위. 케냐의 사브리나 시마더(20)도 이날 올림픽 첫 경기를 치렀다. 시마더도 케냐가 동계올림픽에 처음으로 내보낸 여자 선수다.

1948년 생모리츠 대회에서 3명의 선수단으로 첫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은 한국이 70년이 지나 빙상 강국이자 대회를 유치하는 국가로 성장한 것처럼 ‘올림픽 정신’으로 무장한 그들에게는 메달만큼 의미 있는 첫 발이다.

강릉=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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