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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日 메르켈 "獨은 과거와 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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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日 메르켈 "獨은 과거와 직시"

입력
2015.03.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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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 사죄 않는 아베 우회 비판… 메르켈, G7 정상회담 협조도 요청

일본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합동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메르켈 총리가 역사와 원전 등에 관해 일본과 다른 견해를 내비치자 아베 총리가 머쓱해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합동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메르켈 총리가 역사와 원전 등에 관해 일본과 다른 견해를 내비치자 아베 총리가 머쓱해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을 방문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일 전범국가인 독일이 유럽 국가들과 화해가 가능했던 것은 “독일이 과거와 제대로 직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후 70주년 담화 발표를 앞두고 과거사 반성과 침략전쟁에 대한 사죄에 인색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우회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전 일본을 방문, 아사히(朝日)신문과 재단법인 베를린 일독센터가 공동 개최한 강연회를 마치고 질의응답에서 “한중일 등 동아시아에 위치한 근린국가의 관계 개선화 화해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 개선 역사를 예를 들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치가 자행한 홀로코스트에도 불구, 독일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행운을 얻었다”며 “이는 독일이 과거와 제대로 직시하는 한편 연합국이 과거를 극복하는 독일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켈 총리는 견원지간이었던 독일과 프랑스가 화해하고 우정으로 발전한 것은 “양국민이 서로 양보한 데서 시작됐다”며 이웃국가와의 대화의 중요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배경에 “이웃나라 프랑스의 관용도 있었다”며 동아시아에서도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평화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후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과거를 총괄하는 것이 화해의 전제가 된다”고 말해 일본이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간접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한중일 긴장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에 조언할 입장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메르켈 총리는 전후 70주년을 계기로 패전국 일본과 독일 양국은 “세계 질서 속에서 국제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 세계의 안보 문제 등에 연계할 의사를 내비쳤다.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

“일본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한 것을 보고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원자력 규제위원회가 정한 기준을 충족, 과학적 견지에서 (원전)을 재가동하고 싶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

과거사의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미래를 지향한다는 평가를 받는 메르켈 총리와 과거사 반성에 침묵하려는 아베 총리. 9일 도쿄에서 열린 일독 정상회담은 역사 인식을 보는 시선이 철저히 다른 두 정상이 원전을 바라보는 견해를 비롯, 다양한 사실에서 생각의 차를 드러내 외교적 성과를 따지기조차 머쓱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전 아사히(朝日)신문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와 관련 “사고 영상이 지금도 내 눈앞에 선하다”며 “나는 오랜 기간 평화적인 핵 이용을 지원해온 입장이었으나 훌륭한 기술 수준을 가진 일본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을 보고,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계기로 독일 내 원전정책을 탈원전으로 전환, 2022년까지 독일 내 모든 원전을 폐로하기로 결정했다.

탈원전 정책을 지향하는 메르켈 총리의 일본 방문을 두고 독일 등에서는 이번 기회에 아베 총리가 탈원전 정책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직후 가진 회견에서 현재 가동 중단중인 원전 운행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원자력 규제위원회가 정한 기준을 충족, 과학적 견지에서 재가동하겠다”며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탈원전을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국민들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책임을 다해야 하며, (화력발전 증가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상황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세를 두고도 동상이몽적인 발언이 이어졌다. 메르켈 총리는 “(우크라이나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완전한 주권에 따라 스스로 길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친러시아파 무장세력을 지원하는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파괴와 재건, 이 말은 올해 들어 더욱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제2차 세계대전의 종결에서 70년이라는 역사적인 해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독일도 일본도 (패전이후) 눈부신 발전을 이뤘고, 이제는 자유로운 규범을 지지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글로벌 사회의 책임을 담당하는 파트너 국가가 됐다”며 “일본과 독일 양국은 국제법의 힘을 지킨다는 공통 관심사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국제법에 저촉된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안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다하기로 (메르켈 총리와 의견이) 일치했다”면서도 “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직면한 안전보장 환경에 대해 깊은 논의를 나눴다”고 밝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아베 총리 자신이 평소 주장해온 적극적 평화주의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아키히토(明仁) 일왕 예방, 일본과학미래관 시찰 등 일정을 소화했고, 방일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여성 리더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 등과 회담한 뒤 귀국한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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