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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까지 거머쥔 고위 검사들… 서민 아픔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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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까지 거머쥔 고위 검사들… 서민 아픔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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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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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고교 출신은 32%뿐

처가 뒷받침ㆍ거액 대출 받기 쉽고

고급 정보 입수할 기회도 많아

권력ㆍ부 맞물려 대물림 경향 뚜렷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20년 동안 성실하게 월급을 모으고 여기에 3억원 정도 대출을 받아 처음으로 수도권에 집을 샀습니다. 검찰 간부 대다수가 강남에 거주한다는 사실이 낯설기만 합니다.”

최근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수도권의 검찰 간부 A씨는 “강남에 살려면 적어도 10억원은 필요할 텐데, 순전히 검사 월급만 모아서는 어림 없는 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런데도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10명 중 8명이 강남에 주택을 보유하거나 거주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원래 부자라서 강남에 산다”면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검사라는 이유로 부의 축적이 가능한 이면의 현실이 있다.

검사이기에 가능한 부의 축적

법조인들은 검사장들의 주거지가 강남에 몰려있는 배경으로 애초에 본인 또는 배우자 집안이 여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층 자녀일수록 특목고ㆍ명문대 진학률이 높아진다는 통계가 나오고, 현직 판ㆍ검사 중 대원외고 출신 비율이 1위로 오른 사실을 감안하면 ‘있는 집’에서 고위 검사가 나는 대물림 경향이 공고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부유한 집안은 법조인 배출 가능성을 높이고, 집안의 부는 다시 고위직까지 버티는 힘이 된다. 한 판사는 “본가나 배우자 집안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사람들이 돈 걱정 없이 공직생활을 오래하고 법원장이나 검사장으로 승진할 때까지 조직에 남을 수 있다”며 “공무원 월급으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진작에 변호사로 개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위 검사들의 다수가 처음부터 서울 강남에 살았던 것은 아니다. 조사 대상 98명의 출신 지역을 출신 고교를 통해 살펴보면 서울지역 고교 졸업자를 통틀어도 31명(31.6%)뿐이다. 그런데도 이외 지역 고교 졸업자 중 58명을 포함, 81명이 강남에 터전을 마련했고, 두 채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전세권을 가진 이들도 27명에 달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첫번째 경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처럼 ‘처가덕’을 본 경우다. 한 중견 법조인은 “요즘은 옛날 같지 않다지만 재력가들은 권력으로 인식되는 ‘검사 사위’를 얻으려고 한다”며 “고학(苦學)으로 검사가 된 뒤 결혼으로 신세를 고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법조인에게 억대 대출을 해주는 사회적 뒷받침도 있다. 금융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순간 1억~2억원 정도의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일반인은 기대하기 힘든 혜택이다. 한 검사는 “판ㆍ검사로 임관하면 은행에서 2억5,000만원~3억원을 대출해준다. 검사장급이라면 대출 한도는 더 늘어난다. 여기에 집 담보 대출 등을 합하면 강남에 집 한 채는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를 넘어 불법과 편법에 기댄 부정한 재테크에 대한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로 남는다. 법조경력 20년차인 한 변호사는 “검사들은 재테크에 유용한 고급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루트가 많다”며 “진경준 전 검사장처럼, 일반인은 존재도 모르는 비상장주식을 접할 기회가 많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특히 두 채 이상의 강남 건물을 보유한 경우 재산형성 과정을 알 수 없는 이상 투기 목적의 소유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종수정검사장주택재산/2016-08-22(한국일보)
최종수정검사장주택재산/2016-08-22(한국일보)

“대한민국 1%가 서민 이해할 수 있나”

고위 검사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 거주를 고집하는 경향은 있다. 공부로 성공한 검사일수록 거주지의 교육여건을 민감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다들 양질의 교육을 받고 공부 열심히 해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니, 거주지를 정할 때 자녀 교육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라면 당연한 자녀교육 욕심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지만 권력과 명예를 거머쥔 검사들이 부(富)까지 점유하며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로 대변되던 교육을 통한 성공신화에서 오히려 괴리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와 권력, 학력이 맞물려 계층이 대물림되는 불균형이 법조계에도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로스쿨 교수는 “갈수록 스카이(SKY)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의 대다수가 강남에 살듯, 예비법조인인 로스쿨생과 새내기 법조인 대다수도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집안 출신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법무부ㆍ검찰 고위직이 천편일률적으로 부ㆍ명예ㆍ권력을 가진 이들로 재편되면 1% 엘리트의 의식구조로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는 법무정책을 만들고 피의자를 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 교수는 “검찰 고위직은 지위상 차관급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사회에 미치는 힘은 차관보다 세다”며 “이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절대적인 이들이 서민들의 삶과 괴리를 갖게 될 때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만들고, 가난한 피의자의 삶과 아픔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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