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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ㆍ담] 나경원 “계파 갈등에 보수 사분오열, 젊은 보수 중심 재편을”

입력
2018.03.29 19:5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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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아직 보수 가치에 갈망

洪대표 닫힌 리더십으론 혁신 불가

#중진들 희생ㆍ결단 부족하다고?

洪대표부터 험지 출마해야

나경원(왼쪽) 자유한국당 의원은 “친이와 친박으로 갈라진 계파 갈등이 보수의 위기를 증폭시켰다”면서 여야가 동시에 실시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나 의원은 “최고중진회의를 개최하지도 않는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당 운영 방식으로는 지방선거에 희망이 없다”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나경원(왼쪽) 자유한국당 의원은 “친이와 친박으로 갈라진 계파 갈등이 보수의 위기를 증폭시켰다”면서 여야가 동시에 실시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나 의원은 “최고중진회의를 개최하지도 않는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당 운영 방식으로는 지방선거에 희망이 없다”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더불어민주당(45~50%, 한국갤럽 조사)의 4분의 1 수준인 정당 지지율,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자가 손사래를 치고 리더십도 비전도 없는 정당. 보수 본당이라는 자유한국당의 현 주소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무기력에 빠진 한국당은 위기에 직면한 보수의 단면이기도 하다. 이명박ㆍ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몰락과 함께 한국당 내에서도 위기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러다 TK당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홍준표 대표 체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홍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반기를 들고 ‘보수의 미래 포럼’을 주도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홍 대표의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리더십으로 선거를 치른다면 우리 당이 어렵지 않겠나”라고 진단했다. 그는 “계파 갈등으로 진영이 사분오열되면서 보수의 위기가 확대됐다”면서 과감한 인적 쇄신 필요성을 제기했다. 나 의원을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뒤 전화로 인터뷰를 보충하면서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들어봤다.

_유기준 의원과 공동대표로 보수의 미래 포럼을 결성한 뒤 홍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포럼의 애초 취지와 부합한 활동 방향인가.

“공당의 핵심은 당헌ㆍ당규에 따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다. 그런데 홍 대표는 ‘최고위원이 궐위된 경우 1개월 내 전국위원회에서 선출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최고위원회도 구성하지 않고 최고중진회의도 열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사당화 논란이 불거지는 거다. 홍 대표가 닫힌 리더십에서 열린 리더십으로 가라는 주문이다.”

_그렇다면 보수의 미래 포럼이 발족한 취지는 무엇인가.

“보수 가치에 대해서는 지금도 많은 국민들이 갈구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보수정당이 망한 거지 보수가 망한 건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정부가 경제 포퓰리즘을 넘어 안보 포퓰리즘으로 가고 있는 현실에서 중도 내지 합리적 중도를 포함한 보수 세력들이 건강한 보수 정당에 대한 갈급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몰아붙이고 있는 개헌 또한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시키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체제를 흔드는 조항만 곳곳에 숨겨 놓았다. 국가적 위기에 당면해 정통 보수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와 정책을 고민하게 됐다.”

자유한국당 비홍(非홍준표)계 중진 의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두 번째 우당(憂黨) 간담회를 하며 나경원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이주영, 정우택, 유기준 의원. 오대근기자
자유한국당 비홍(非홍준표)계 중진 의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두 번째 우당(憂黨) 간담회를 하며 나경원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이주영, 정우택, 유기준 의원. 오대근기자

#서울시장 재도전은 생각 없어

洪대표가 이미 재단해 놓아

#현 남북관계는 위장ㆍ잠정평화

결국 퍼주기 정책 또 나올 것

2002년 대선 패배에 이어 불법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한나라당은 천막당사라는 극약 처방으로 기사회생했다. ‘남원정(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 같은 쇄신파가 등장해 바람을 일으키거나 중진들의 정치적 결단으로 위기를 돌파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금 한국당에서는 이런 식의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나 의원은 대뜸 “중진들이 어떤 희생을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방선거 험지 출마 등을 사례로 제시했지만 나 의원은 “홍 대표부터 출마하는 솔선수범을 보이시라”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홍 대표가 지난 2월 전략공천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당헌ㆍ당규를 개정한 뒤로 전략공천의 칼을 휘두르며 중진들의 설 자리가 사라졌다는 불만이었다. 그러면서 대화는 자연스레 지방선거로 넘어갔다.

_’지방선거에서 찍을 한국당 후보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망이 좋지 않다. 홍 대표는 (광역단체장 기준)6석 확보를 자신하고 있는데 가능한가.

“경기도는 조금 어렵겠지만 다른 현역 단체장은 지키지 않을까 싶다. 인천이나 충청권이 여전히 기대할 만하고 부산ㆍ경남도 꾸준히 상승세다. 다만 현재로선 몇 석을 지키는 게 중요하지 않다. 지방선거 이후 전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_서울시장을 비롯해 한국당 인물난이 심각하다. 김병준ㆍ오세훈ㆍ이석연 등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마다 잇따라 거절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후보를 염두에 두고 사실상 선거연대를 추진하는 홍 대표의 구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홍정욱이나 이석연 등 외부 인사 위주로 거론하면서 당내 인사들은 사실상 모두 ‘기스’가 났다. 내심 출마하고 싶은 분들도 ‘지금 나가면 이석연 대타밖에 안 되는 거 아니냐’며 몸을 사리고 있다. 대표 말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 안팎에 문호를 개방해 경선을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당에 관심이 쏠릴 텐데, 오히려 꼭꼭 닫아 버려서 장이 서질 않는 것이다.”

_2011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를 경험했다. 재도전할 생각은 없나.

“홍 대표가 이미 모두 재단해 놓았는데 어떻게 기대를 걸겠나. 지금은 생각이 없다.”

한국당 2기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용태)가 최근 공개 반성문을 썼다.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사태로 10년 가까운 집권기간을 부정당하는 굴욕을 당하고서도 대오각성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국민신뢰를 상실하고 보수 기반이 와해된 과오를 인정한다”고 반성했다. 그러나 나 의원은 부족하다고 했다. “지방선거 이후 보수 세력 재편이 필요하다”면서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바른미래당까지 염두에 둔 보수 재편을 촉구했다.

_진보 진영에서는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와신상담하면서 ‘진보 집권 플랜’을 구상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보수 진영은 지금 누구 하나 위기를 진단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이가 없다.

“두 전직 대통령의 유ㆍ무죄를 떠나 두 정권에서 벌어진 논란에 우리 모두 반성하고 책임을 느껴야 한다. 결국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였고 공천과 당내민주화 등이 관련돼 있다. 특히 계파 갈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친이 정권에서는 친박이 모두 공천에서 배제됐고 친박 정권에서는 그대로 복수가 이어졌다. 심지어 20대 총선에서는 ‘소수당이 되어도 좋다. 내 말 듣는 사람만 공천하겠다’는 얼토당토 않은 논리로 결국 소수 정당이 됐다. 계파 갈등에서 비롯된 공천 문제는 민주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이후에 소위 ‘먹을 게’ 많아지면서 친문과 비문으로 갈라졌고 진문도 나올 것이다. 계파 공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해야 한다.”

_보수의 위기 때마다 거론되는 게 영국 보수당의 혁신이다. 젊은 피를 수혈하는 과감한 쇄신과 유연한 정책 대응 및 실용주의로 대표되는 영국식 혁신이 한국당에서는 불가능한가.

“20대 총선 직후 우리 당의 평균 연령이 56세였다. 2년이 흘렀으니 이제 58세가 됐다. 혁신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이 87학번인데 밑으로 세 명의 의원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40대 기수론까지는 안가도 젊은 보수로 지향점을 바꿔야 한다. 반공보수만 외쳐서는 한계가 있다.”

_도리어 문재인 정부 들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안보는 보수가 잘 한다’는 통념도 바뀌는 것 아닌가.

“조금 지나면 국민들이 진실을 알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굳이 쓰고 싶지 않은 표현이지만 위장평화, 잠정평화 다음에 무엇이 오겠나. 경제적 지원이다. 결국 북한에 또다시 퍼주는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안보 포퓰리즘이다. 한반도 평화 구상도 이행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합의로 채워진다면 우리 이익이 도외시될 것이다.”

보수의 미래 포럼과 별도로 나 의원을 포함한 한국당 중진의원들은 홍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냉전 중이다. 나 의원과 이주영ㆍ정우택ㆍ유기준 의원은 홍 대표의 리더십을 성토하면서 민주적 정당 운영과 지지율 제고, 진중한 언행, 인재 영입 강화의 4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홍 대표는 “4선 이상 중진 20여명 가운데 4명에 불과한 모임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귀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에 비홍(준표)계 중진 4명은 갈등 봉합 차원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주재한 확대원내대책회의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한국당 내홍이 길어지고 있다. 나 의원은 “당내에서도 보수의 위기를 심각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서도 여전히 적대와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당을 유권자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나경원 의원은

▦서울(55), 서울여고, 서울대 법학과, 사시34회 ▦부산지방ㆍ인천지방ㆍ서울행정 법원 판사, 이회창 대통령 후보 특보 ▦17~20대 국회의원(4선), 한나라당 대변인ㆍ최고위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국회 한미 의원외교협의회 부회장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

인터뷰=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정리=정혜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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