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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간 ‘4ㆍ3’으로만 불려... 국민적 합의로 올바른 이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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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간 ‘4ㆍ3’으로만 불려... 국민적 합의로 올바른 이름 찾아야

입력
2018.03.20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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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출범한 범국민위원회

“도민을 단순히 피해 대상 아니라

공동체와 역사 주체로 조명할 계획”

진상 규명, 유해 발굴 등 과제 산적

제주 제주시 봉개동 4ㆍ3평화공원 내에 마련된 4ㆍ3 희생자 1만3,461기의 위패봉안소에서 16일 한 남성이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위패를 바라보고 있다. 제주=EPA 연합뉴스
제주 제주시 봉개동 4ㆍ3평화공원 내에 마련된 4ㆍ3 희생자 1만3,461기의 위패봉안소에서 16일 한 남성이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위패를 바라보고 있다. 제주=EPA 연합뉴스

제주 4ㆍ3 50주년이었던 1998년 시작된 4ㆍ3 특별법 제정 운동은 1999년 12월 ‘제주 4ㆍ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후 2003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4ㆍ3 당시 국가가 저지른 폭력에 대해 제주도민에게 사과했고 10여년이 지난 2014년 1월 4ㆍ3 희생자추념일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다. 하지만 제주 4ㆍ3 진상규명의 여정은 지난 이명박, 박근혜 두 보수 정부에서 사실상 멈췄다.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뤄진 옛 정뜨르 비행장 학살터 유해발굴 사업은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4ㆍ3 관련 유적지 보존사업도 답보상태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제주 4ㆍ3 70주년을 맞은 올해 들어 주춤했던 관련 사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약 10년 만에 제주국제공항 등 4곳에서 4ㆍ3 희생자 유해발굴 사업이 재개되며 4ㆍ3수형인희생자들의 재심도 처음으로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제주 4ㆍ3 70주년을 맞아 20년만에 각계인사와 시민사회단체를 망라한 범국민위원회가 출범식을 가졌다. 범국민위원회는 70주년의 과제로 ▦제주 4ㆍ3의 역사를 알리는 전국화, 세계화 ▦미군정 당시의 대규모 학살에 대한 미국의 공식 사과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정부의 배ㆍ보상 ▦제주 4ㆍ3특별법 개정 ▦제주 4ㆍ3의 정명(正名) 등을 꼽았다.

특히 범국민위원회는 출범식에서 ‘제주도민을 단순히 피해와 희생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와 역사의 주체로 조명해 4ㆍ3 정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제주 4ㆍ3이 광주민주화운동이나 4ㆍ19 혁명처럼 제 이름이 붙지 않았다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제주도 제주시 봉개동의 제주 4ㆍ3평화기념관에도 “언젠가 이 비에 제주 4ㆍ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는 문구와 함께 백비(白碑)가 누워있다.

특별법은 제주 4ㆍ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한다. 가해자 등 책임소재와 당시 상황, 피해 규모 등을 짐작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제주 4ㆍ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정심 성균관대 사학과 겸임교수는 “98년에는 제도권 내에서 특별법을 쟁취하기 위해 제주도민의 희생과 수난에 초점을 맞췄다”라며 “당시에는 ‘학살’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8년 제주 4ㆍ3 60주년부터 ‘정명’ 논쟁은 제기됐다. 1948년 5ㆍ10 남한 단독선거를 제주도에서 무산시킨 제주도민 항쟁의 역사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과 규모는 국경토벌대에 비해 훨씬 작지만, 무장대에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항쟁’을 말하기는 시기상조란 주장이 대립했다.

지난해 12월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4ㆍ3특별법 전부개정 법률안은 4ㆍ3사건의 정의에서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의 봉기와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의 제주도민의 희생을 명시했다. 또한 개정안은 당시 군사재판의 불법성을 분명히 하고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보상금 지급, 제주 4ㆍ3 트라우마 치유센터의 설치ㆍ운영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4ㆍ3사건 생존희생자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현실적인 지원도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남아 있다. 18일 제주 4ㆍ3평화기념관에서 진행된 관련 정책토론회에선 사건 당시 후유장애를 입었지만 이에 대한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한 이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현재 제주 4ㆍ3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후유장애인으로 인정된 사람은 신고자 234명 가운데 164명으로 나머지 70명은 국가차원의 의료지원에서 배제된 상태이다. 제주한라대가 최근 내놓은 생존희생자 73명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72%가 관련한 만성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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