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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정과제로 본 역대 정부, 문재인 정부

입력
2017.11.14 15:3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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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마다 인수위 등을 통해 임기 초 국정과제를 발표해 왔다. 이는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5개 정부가 발표했던 총 540개 국정과제를 5개 유형으로 분류해 보았다. (1)사회복지, 안전, 환경 등 국민생활지원 (2)산업진흥, SOC공급 등 기업 및 생산지원 (3)규제완화, 경쟁촉진 등 시장원리강화 (4)인사개혁, 반부패 등 정부운영혁신 (5) 기타. 국정과제 분류에 입각해 현 정부에 대한 조언을 찾고자 한다.

역대 정부의 국정과제를 평가하는 기준은 두 가지이다. 첫째, 개혁형인가, 재정확대형인가. 5개 유형 중 (3)시장강화와 (4)정부혁신은 저항 극복이 필요한 개혁형 과제이다. 반면 (1)국민지원과 (2)기업지원은 재원이 필요한 재정확대형 과제이다. 이 중 국민지원 과제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증가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기업지원은 개발시대의 유물로서 대폭 축소되는 것이 마땅하다. 부실 기업을 양산하는 정부의 각종 진흥정책은 물론이요, 한계생산성이 낮아진 SOC투자도 이젠 대폭 감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장개입 확대형인가, 축소형인가. 정부의 시장개입 축소라는 시대적 소명을 위해서는 (2)기업지원 감축과 (3)시장강화가 필요하다. 이 기준으로 역대 정부의 국정과제를 분석해 보자.

김대중 정부는 개혁형 과제비중이 37%로서 5개 정부 중 가장 높았다. 1997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4대 개혁이 필요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 준다. 또한 전반적으로 정부의 시장개입을 축소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반면 노무현 정부는 정부의 시장개입 확대를 국정과제에 담고 있다. 시장강화 과제를 대폭 줄인 반면 기업지원 과제를 늘렸기 때문이다. 기업지원 과제는 늘었으나 국민지원 과제는 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재정확대형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는 반대로 시장개입 축소를 방향으로 설정한다. 그 정신에 의해 기업지원 과제는 줄고 시장 강화 과제는 늘었다. 5개 정부 중 시장강화 과제비중이 가장 높던 때이다. 또한 양극화에 대한 대응으로 국민지원 비중도 대폭 늘었다. 국민지원 비중은 늘었으나 기업지원은 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재정확대형은 아니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국민지원 과제와 기업지원 과제비중이 동시에 늘어난 첫 정부이다. 이에 따라 재정확대형 과제 비중은 75%로 정점을 찍게 된다. 2012년 국가채무의 GDP 비중이 32.2%에서 2017년 39.6%로 늘어난 것은 국정과제가 선정된 박근혜 정부 임기 초에 예견된 셈이다. 이와 함께 시장강화 과제비중이 감소하는 등 국정과제가 정부의 시장개입을 예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지원 과제를 더욱 늘려 그 비중이 가장 높은 정부가 되었다. 심화되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며 양극화 해소 등 국민지원을 달성하기 위해선 기업지원 등 경제예산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국정과제에서 기업지원 과제비중은 크게 낮아졌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의 방향은 매우 적절하나 문제는 이 방향성이 예산 편성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년도 경제예산 중 SOC 예산 20% 감소를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나머지 산업, 중소기업, 에너지, 농수산, R&D 분야의 예산에 큰 변화가 없어 아쉽다. 그나마 SOC 예산도 2019년 이후엔 3% 내외의 감소에 그친다. 경제 예산만이 아니라 보건, 문화, 환경, 안전 분야에 숨어 있는 기업지원 예산도 대폭 줄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지원과 기업지원을 모두 늘려 재정적자를 초래하고 정부의 과잉 시장개입을 초래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지원을 늘리되 기업지원의 비중은 줄인다는 현 국정과제의 기조를 더 철저히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가 국회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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