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거점으로 한 국내 최대 선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부산지역 항만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항만서비스업은 선박의 입항, 항구에 배를 묶는 줄잡이, 선용품 공급, 급유와 급수, 컨테이너 선적과 고정 등 모든 작업이 긴밀히 연계된다. 그러다 보니 국내 1위 세계 7위 컨테이너 물동량을 자랑하는 한진해운의 위기가 지역 항만업계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부산지역 24개 항만관련단체와 시민단체는 30일 오후 한진해운 부산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부산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줄 것을 우려했다. 이날 회견에는 부산상공회의소, 한국국제물류협회, 부산항운노조, ㈔부산항만산업협회, ㈔한국선용품산업협회, 한국해기사협회 등 관련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대부분 참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한진해운이 담당했던 연간 100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이상 환적화물 중 최소 절반이 외국 항만으로 떠날 것”이라며 “이 경우 부산항 연매출도 7조~8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한진해운의 선박 압류, 화주들의 대거 이탈, 해운동맹 붕괴에 따른 환적화물 감소 등은 부산항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며 “실직자가 수천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도미노 효과를 언급하며 “해운업 몰락은 항만업과 조선업 등 관련 해양산업에 동반타격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항만관련산업의 면면을 뜯어봐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한진해운의 선용품과 기관부속품의 연간 납품액 약 200억원 중 부산업체의 납품비율은 90% 수준으로 알려졌다. 선용품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이의두 선용품산업협회 본부장은 “부산의 항만관련산업 중 선용품, 급유, 급수, 컨테이너 수리업 등은 대부분 연매출 10억원 내외의 영세사업장”이라며 “한진중공업 물량이 감소하면 관련산업의 경영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급유업체를 회원사로 둔 부산항만산업협회도 안정적인 수입처를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종인 부산항만산업협회 상무이사는 “급수와 급유, 화물고정, 컨테이너 수리 등을 포함해 안정적인 소비처를 잃게 될까 봐 걱정”이라며 “국제선사의 위기로 선적 입항이 줄어들면 전체적인 부산항 경기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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