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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의 DC코믹스 '디스'하기?

입력
2016.05.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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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의 나무늘보 플래시(오른쪽)는 DC코믹스의 동명 슈퍼히어로를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월트디즈니코리아컴퍼니 제공
'주토피아'의 나무늘보 플래시(오른쪽)는 DC코믹스의 동명 슈퍼히어로를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월트디즈니코리아컴퍼니 제공

5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지난 10일 일일 흥행순위(영화진흥위원회 집계)다.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시빌 워)가 위세를 떨치고 있는 극장가에서 초라해 보이는 성적이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처럼 영화가 소비되는 한국 극장 문화 속에서 지난 2월17일 개봉한 ‘주토피아’의 성과는 단연 눈에 띈다.

‘주토피아’의 시작은 미약했다. 개봉일 관객은 3만5,604명이었다. 상영 8일째에는 8만6,106명이 찾았고, 개봉한지 4주 만에 일일 흥행순위 1위를 처음으로 차지했다. 10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476만2,102명으로 올해 상반기 주요 흥행작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주토피아’는 동물들에 빗대 인간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비판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웃기면서도 따스하고 매콤한 메시지까지 담고 있으니 관객들의 사랑을 오래 받을 만하다. 영화는 이러저러한 상상을 자극하는 대목도 여럿 지녔다. 영화 속에서 결국 악당으로 판명되는 양은 동물세계를 차지하는 맹수들의 비율이 10%정도에 불과하다며 초식동물의 봉기를 조장한다. 흑인이 10%가량인 미국 사회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관객들의 웃음을 가장 많이 불러낸 캐릭터는 아마 나무늘보 플래시일 것이다. 보는 이의 복장이 터질 정도의 느린 속도로 행정업무를 보면서 순박한 웃음을 잃지 않는 플래시는 ‘주토피아’의 ‘신 스틸러’다. 제작진도 인상적인 단역이라 생각했는지 결말까지 다 보여준 영화 말미에 플래시를 깜짝 등장시킨다. 행동은 너무너무 느리나 알고 보면 스피드광이라는 내용이 마지막 웃음을 안긴다.

‘주토피아’의 제작사는 월트디즈니다. 93년 전통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명가다. 최근엔 자회사인 마블스튜디오를 통해 마블코믹스의 슈퍼히어로를 앞세운 영화들을 만들며 세계 극장가를 호령하고 있다. 마블코믹스의 라이벌 DC코믹스와,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가 최근에서야 월트디즈니-마블 연합에 맞서려 하고 있다. 지난 3월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워너브러더스-DC코믹스 연합의 반격을 알리려 했으나 흥행에 실패했고, 평단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워너브러더스-DC코믹스가 준비 중인 슈퍼히어로 영화 중엔 ‘플래시’가 있다. 번개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 몸동작이 무척이나 빠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마블 캐릭터 중엔 ‘엑스맨’시리즈에서 활동 중인 퀵실버가 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시빌 워’에 등장한 스칼릿 위치의 오빠다. 전광석화처럼 빠른 몸놀림이 장기다. ‘주토피아’가 잠재적 라이벌 워너브러더스-DC코믹스에게 나무늘보 플래시라는 견제구를 던졌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할리우드는 신경전도 제법 유쾌하고 세련되게 하는 듯하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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