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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작년에 성추행 피해 알렸지만... 뭉개버린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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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작년에 성추행 피해 알렸지만... 뭉개버린 법무부

입력
2018.02.02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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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장관에 면담 요청 이메일

서 검사ㆍ검찰과장 만난 후에도

수개월간 진상조사ㆍ피해구제 없어

“안 받았다→기억 없다→받았다”

법무부, 이메일 관련 오락가락 해명

법무부는 서지현 검사가 보냈다는 이메일을 두고 수차례 말을 바꿨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서지현 검사가 보냈다는 이메일을 두고 수차례 말을 바꿨다. 연합뉴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 측이 지난해 법무부 장관에게 성추행 피해를 전하고 면담 요청도 했지만, 법무부가 이 사안을 사실상 깔아뭉갠 정황이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검찰발(發) ‘Me Too’(미투) 폭로 전 피해 메시지를 받고도 안이하고 무성의하게 대응한 법무부 행태는 검찰 진상조사단에서 규명돼야 할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1일 서 검사 측과 법무부 설명에 따르면 서 검사는 지난해 8월 지인을 통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 앞으로 성추행 관련 자료를 보냈다. 박 장관의 답이 없자 9월 서 검사가 직접 이메일도 보냈다. 서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서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대목을 언급했고, 박 장관에게 면담 요청을 했다. 이후 박 장관은 내용 파악을 지시했다. 이후 그 해 10월(서 검사 측 주장 시기) 또는 11월(법무부 주장) 서 검사와 법무부 검찰과장이 만났다. 하지만 수개월간 법무부나 검찰의 성추행 피해 진상조사나 피해구제가 없는 상황에서 지난달 29일 서 검사의 성추행 및 인사불이익 폭로가 있었다.

서 검사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전화에서 “장관에게 진상조사를 해달라고, 2차 피해를 당하지 않게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에게 직접 요청 이메일을 보낸 이유에 대해 김 변호사는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 검사가 지난해 7월 언론 인터뷰로 밝힌 검사 성추행 사례가 서 검사 얘기였다”며 “임 검사가 알려진 인물이라 언론에서 서 검사에게 확인 요청이 들어와 곤란한 상황에 처할 우려가 커 내부 진상조사와 보호요청을 한 것”이라 설명했다.

검사성추행사건 진상규명조사단 단장을 맡게 된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검사성추행사건 진상규명조사단 단장을 맡게 된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하지만 법무부는 서 검사가 성추행 비위 뒤 ‘인사 불이익’에 방점을 찍어 얘기했다고 간주했다. 법무부는 1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면담 때 서 검사는 성추행 비위 이후 인사 불이익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담당자는 성추행 피해에도 불구하고 안 전 검사장 퇴직과 고소기간 등 법률상 제한으로 제재가 어려운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서 검사 요청대로 부당한 인사가 있었는지 확인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무부는 공식 입장을 내기 전에는 “분명한 것은 성추행 진상조사 요구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서지현 검사
서지현 검사

법무부가 여러 차례 오락가락 모습을 보인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 검사가 보냈다는 이메일을 두고 ‘법무장관이 받은 적 없다’ → ‘받았다는 (장관의) 기억이 없다’ → ‘받았다’고 수차례 말을 바꿨다. 인사 불이익에 관해서도 폭로 당일 ‘충분히 살펴봤는데 아무 문제를 발견 못했다’고 했다가 다음날 ‘다시 한번 철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성추행 피해 메시지가 분명 전해진 만큼 법무부의 진상조사 절차가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이뤄졌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 검사의 실명 폭로가 법무부의 미진한 조치에서 초래된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사 적절성을 살피려 했다면 불이익의 전제인 성추행 여부를 파악했어야 했다”며 “공소시효나 상대방 퇴직 등 제한적 측면만 따져선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소속 검찰청에 서 검사에 대한 세심한 지도와 배려를 요청했고, 소속 청 간부들과 수시로 상황을 공유했다”고 해명했다. 서 검사가 속한 통영지청 노정환 지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서 검사가 성추행 사건으로 힘들다고 토로해 10월 상부에 보고했지만 이미 민ㆍ형사상 소송 시기가 지났고 서 검사도 이런 사실을 잘 알아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 호소 초기 석연치 않은 후속조치와 폭로 이후 오락가락 대응으로 법무부나 검찰을 지휘하는 박 장관까지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이끄는 ‘검찰 성추행사건 진상규명 피해회복 조사단의 조사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조 검사장은 박 장관도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입증에 필요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안의 중대성과 민감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법무부와 검찰 조직 보호에 급급했던 단견으로 인해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서 검사 폭로 이후 검찰 안팎에서 퍼지는 악성 소문과 관련해 서 검사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소위 말하는 ‘카더라 통신’으로 피해자는 발가벗겨진다”며 “검찰은 서 검사의 업무상 능력에 대한 허위 소문 확산을 차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서 검사는 지난달 29일부터 두 달간 병가를 낸 뒤 통영지청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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