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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I feel sorry for that

입력
2017.02.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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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ular Phrases-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정치인들은 한국말 어법조차 틀릴 때가 많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경제가 풀리지 않는 게 안타깝다’, ‘가뭄으로 말라 죽어 가는 콩이 안타깝다’는 식으로 말한 적이 많다. 최근에는 국회 답변으로 ‘담마진 두드러기 문제로 아파서 군대에 못간 것인데 그게 죄라면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본인의 일은 본인의 책임인데 어떻게 남의 이야기를 하듯 하는지 의아하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과 비슷하다. 박 대통령도 ‘국정 농단이 벌어져 안타깝다’는 식의 표현을 했다. 국정 농단의 당사자이자 최고 책임자가 남의 나라 얘기하듯 말한 것이다. 최순실 사태로 국격이 떨어지고 국민이 고통 받는데도 남의 이야기 하듯 말했다. 사전적 정의를 잘 몰라서 혼동한 것이라면 좀 더 쉬운 용례를 보는 것이 낫다.

먼저 ‘안타깝다’는 말은 1인칭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1)그는 능력이 훌륭한데 실직하게 되어 안타깝다. (2) 내가 실직하게 되어 안타깝다. 두 문장에서는 당연히 전자가 적합하다. 안타깝다는 것은 타인을 향한 연민과 동정의 표현이지 자기위로나 자탄하는 말이 아니다. (2)번 문장처럼 자신의 안타깝다는 말을 사용하면 유체이탈 화법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정 책임자가 안타까운 일이라고 한다면 남의 얘기하듯 말하는 꼴이다. 애석하고 통탄할 일이라고 말해야 일말의 책임을 전하게 된다.

영어로 안타까움을 표현할 때는 ‘I feel sorry for the accident’라고 말한다. 좀더 간단하게 ‘It’s so pathetic’라고 한다. 상대에게 동정을 표할 때 ‘I feel sorry for you’라고 한다면 당신의 사정이 안타깝지만 도움이 못돼 괴롭다는 것이다. ‘I feel sorry for myself’라고 말하면 자괴감이 든다는 신세 한탄이다. ‘Too bad’, ‘It’s a pity’도 유사한 표현이지만 자칫 성의가 없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마음이 아플 정도로 동정이 간다면 ‘I really bleed for you’ 혹은 ‘My heart bleeds for you’라고 해도 된다.

대게 한국 정치인들이 내뱉는 ‘안타깝다’는 말은 영어로 ‘I’m sorry to hear that’ 이나 ‘It’s helpless, but it’s not my fault’처럼 들린다. 성의도 관심도, 책임도 없다는 말로 여겨진다. 동정할 때의 속어 표현 중에는 ‘참 안됐다’는 의미의 ‘That sucks’가 있다. ‘유감의 원인이 당신이라서 기분이 나쁘다’고 쏘아 붙일 때는 ‘That sucks to YOU’라고 말한다. 한국 정치인들의 ‘안타깝다’는 말을 영어로 번역하면 ‘I feel bad for you’다. 책임자로서 용서를 구한다는 의미가 전혀 없다. 옛날 어진 임금은 비가 와도 가뭄이 올 걱정을 하면서 전부 자신의 부덕의 소치로 생각했다. 우리는 언제쯤 국정 책임자로부터 ‘그게 모두 내 탓이오’(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와 같은 자성의 말을 듣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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