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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큰 사건 때마다 불신 자초하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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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큰 사건 때마다 불신 자초하는 경찰

입력
2016.06.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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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는) 범행 전날 수락산에 올라 처음 만나는 사람을 살해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진술했다.”(경찰)

“그럼 묻지마 범죄인가?”(기자)

“그건 아니다.”(경찰)

지난달 30일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진행됐던 수락산 60대 여성 피살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 중 한 장면이다. 범인이 자수한 하루 전만 해도 경찰은 ‘묻지마 범죄’ 가능성을 내비치더니 다음날엔 피의자 진술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한 발 물러섰다. 그러다 다시 31일에는 강도살인으로 분석했다. 수사 상황을 제대로 언론에 설명해야 국민들의 불안이 줄어들 텐데 경찰은 소통할 뜻도 별로 없어 보였다. 다행히 사건은 범인 자수로 조기에 종결됐지만, 경찰의 오락가락 설명은 치안 불신만 가중시켰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마다 경찰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 불신을 자초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발생한 서울 강남 20대 여성 살인사건 때도 경찰의 행태는 비슷했다. 경찰은 피의자 검거 초기 “(피의자가)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여성안전 이슈를 촉발시킨 결정적 발화점이었다. 그러나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경찰은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여성혐오 등은 살인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말을 바꿔 빈축을 샀다.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의 개인적 일탈 사건으로 몰고 가야 경찰의 치안 방범 대책 부재가 비판을 받지 않는다는 계산이었던 걸까. 경찰이 내놓은 대책 중 눈에 띄는 것은 인권 침해 소지가 큰 ‘조현병 위험 인물 응급입원 강화’ 방안뿐이었다.

“사회적 파장이 있는 사건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경찰은 해명하고 있지만, 경찰의 오도된 수사 브리핑이 오히려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키고 근본적 문제 해결은 어렵게 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허술한 우범자 관리 시스템도 경찰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는 요소다. 경찰은 올해 1월 출소한 수락산 사건 피의자 김모(61)씨의 행적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우범자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다가 지난달 16일 본청 차원의 우범자 특별 집중 관리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김씨를 관리 대상에 편입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범죄 사전 예방과 국민 소통, 사후 대책 마련 모두 엉망이었던 셈이다. 이런 모습이 반복되는 동안 제2의 강남역, 제2의 수락산 사건은 이어질 수밖에 없고, 국민들은 불안해 한다는 것을 경찰은 모르는 걸까.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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