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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로운 석유’ 모래, 정부는 무엇을 놓치고 있나

입력
2017.06.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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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석유 (the new oil)’라는 별명을 가진 원자재가 있다. 바로 모래다. 사막의 나라 두바이는 호주로부터 모래를 수입하고 있으며 캄보디아에서는 모래 채취로 인해 벌써 7개의 해변이 사라졌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때에 따라 모래의 톤당 가격이 석유 가격을 웃돌기도 한다. 모래가 이렇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건설자재로도 널리 쓰이기 때문이다. 유한한 자원인 동시에 장기적으로 그 채취가 환경 파괴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석유와 모래는 닮은 구석이 있다.

바다모래는 다양한 생태학적 역할이 있다. 태풍이나 쓰나미 등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충격으로부터 육지를 보호해 주는 완충 역할은 물론이고, 다양한 저서생물과 어류의 보금자리 및 산란장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국내 건설투자가 확대되던 1990년대를 기점으로 골재소비량이 급증하면서 지속적으로 바다모래가 소실되고 있다. 이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자, 지역 환경단체와 어민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현재까지도 바다모래 채취를 제재하는 실효성 있는 법안이나 대책은 나오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해외의 예를 살펴보자. 바다 골재를 다량 수출하기도 했던 일본은 수급 동향 조사를 통해 골재 채취 금지 구역을 지정하고 채취 허가를 1년 단위로 갱신하도록 하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 개발과 보전이 균형 잡힌 대응에 나서 있다.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바다골재 채취 허가 및 협의에서 어업자 대표들과 주요 기관 등이 참여한 토론 등 이해 관계자들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바다모래의 지속 가능한 공급이 이뤄지도록 정부 차원에서 엄격한 환경기준을 세우는 동시에 업계 스스로도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도부터 국토교통부에서는 한시적으로 남해와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골재 채취를 승인해왔으나, 애초에 국책 사업용으로만 제한하기로 했던 것과는 달리 상업건축 등 민간사업용 비중이 늘어났고 채취 기한 또한 단계적으로 연장되었다. 해수부는 결국 전국 각지 어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말 골재채취단지 지정 연장을 승인하기에 이르렀다. 모래 채취 허가 기간 연장에 서해와 남해 어민 등 138만 명에 이르는 수산업 종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던 것은 결코 민주적 절차라고 보기 어렵다. 향후 의사결정이 내려질 때는 직접 연관이 있는 어민들은 물론 NGO와 과학자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시각을 반영한 상식적 결정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개발과 보전, 양쪽을 포함한 다방면의 영향을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다모래채취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우선, 바다 골재수급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진행해 장기적 수급정책을 세우는 동시에 지속적 채취에 대한 환경 및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두루 파악해야 할 것이다.

모래는 유한한 자원이다. 이 유한한 자원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을 결정하는 과정에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가 따르는 것 또한 중요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고 이 자원을 얼마나 현명하고 지속 가능하게 사용하는지는 관리에 책임이 있는 정부와 이를 사용하는 산업계의 손에 달려있다. 이미 파괴된 모래사장과 해양생물의 서식지는 복구가 어렵거나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농어업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라는 공약을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가 어민들의 희망을 싣고 순조로운 첫 항해를 시작하기를 바라본다.

김지우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서울사무소 해양보호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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