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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부터 선고까지 178일… 정유라, 변호인 몰래 ‘깜짝 등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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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부터 선고까지 178일… 정유라, 변호인 몰래 ‘깜짝 등판’도

입력
2017.08.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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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증거 차고 넘쳐” 기선 제압

최순실 측은 진술 번복하며 반격

이례적 법정 프리젠테이션 공방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일가에 수백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5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영권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일가에 수백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5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영권기자

수사기록만 3만 쪽, 전현직 장차관 포함 59명을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 세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4개월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재판 시작 전부터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작부터 반전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질 때만 해도 이 부회장은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비슷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최순실씨의 강요ㆍ직권남용 피해자로 묶여있었다. 그러나 11월 꾸려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첫 공식수사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ㆍ보건복지부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올 1월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받은 이 부회장은 한 달 만에 구속됐다.

특검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라며 기선을 제압했다. 청탁이 오간 핵심 근거로 대통령에게 독대 직전 보고된 삼성 현안 관련 ‘대통령 말씀자료’와 ‘사초’ 수준으로 독대 내용이 상세히 적힌 안종범 수첩을 재판 초기부터 꺼내 든 것이다.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해당 자료를 직접 작성한 윤인대 전 청와대 행정관은 “말씀자료는 인터넷에서 검색해 만든 ‘행정관 창작품’”이라고 증언해 특검을 궁지에 몰았다.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에 적힌 내용이 독대 때 오간 대화를 직접 뒷받침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순실씨 측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최씨가 독일에서 말 소유권이 삼성으로 기재된 것을 보고 화가 나 ‘삼성도 내가 합치도록 도와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놈들’이라고 한 걸 들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가 이를 재판정에서 뒤집기도 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지난달 1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원보안관리대에 둘러싸여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지난달 1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원보안관리대에 둘러싸여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유라씨의 특검 구원 등판은 모두를 놀라게 한 깜짝 반전이었다. 정씨는 당초의 불출석 의사를 뒤엎고 지난달 12일 새벽 특검에 이동할 차량을 요청해 변호인 몰래 법정에 전격 출석했다. “삼성이 (말 교환을) 당연히 알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말을) 내 것처럼 타라고 했다” 등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정씨의 법정 진술은 특검의 막판 공세에 힘을 실었다. 막바지 양측의 프레젠테이션(PT) 쟁점 공방은 국내 재판에선 이례적인 일로 기록됐다.

숱한 극적 장면을 연출한 이 부회장 재판은 구속기소 178일 만에 일단 특검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양측 모두 항소 의지를 밝힌 만큼 2라운드 격돌은 불가피하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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