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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골든글러브, 성대한 잔치에 어울리지 않는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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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골든글러브, 성대한 잔치에 어울리지 않는 손님

입력
2017.12.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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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BO 골든글러브 수상자들/사진=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기자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사람이 많으면 더 풍족해지는 게 잔치다. 하지만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손님이 끼면 자리가 불편해지게 마련이다.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는 ‘2017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올 시즌을 빛낸 최고의 선수들이 레드카펫을 밟았고 수상자들은 동료와 팬들의 축하를 받았다.

골든글러브는 포지션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시상한다. ‘글러브’는 수비수를 상징한다. 그런데 특이한 건 시상 부문 중 수비수라고 할 수 있는 투수, 포수, 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 외야수 외에 하나가 더 있다는 점이다.

수비는 하지 않고 타격만 하는 지명타자도 똑같이 골든글러브를 가져간다. 기록에서도 공수를 구분하는 야구의 특성을 고려해도 ‘글러브’는 타자와 어울리지 않는다. 올해 지명타자 부문에서는 총 유효 357표 중 184표(51.5%)를 받은 LG 박용택(38)이 황금장갑을 품었다.

KBO리그의 골든글러브는 명 수비수보다 잘 치는 타자가 더 즐거운 시상식이다. 이는 후보 선정 기준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포지션의 후보 조건에 첫 번째로 ‘타이틀 홀더’가 포함된다. 수비를 잘 하고도 타격왕 또는 홈런왕과 함께 경쟁을 해야 한다. 결국 득표수에서 밀리기 십상이다. 수상자는 매년 한국야구위원회(KBO) 출입기자들의 투표로 이뤄진다. 타이틀 홀더는 여기서도 빛이 난다. 투표의 특성상 화려한 성적의 선수가 더 많은 표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골든글러브의 원조는 미국 메이저리그가 1957년 도입한 ‘골드 글러브(Gold Glove)’다. 수비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를 포지션별로 선정해 시상하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 프로야구가 이를 ‘골든 글러브(Golden Golve)’라는 이름으로 가져왔고 한국은 그대로 따랐다.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출범 원년인 1982년에 이뤄졌다. 당시에는 타격과 수비를 구분해 각각 ‘베스트10’과 ‘골든글러브’를 시상했다. 방식도 달랐다. 베스트10는 기자 투표로 뽑았지만, 골든글러브는 KBO가 포지션별 수비 기록만으로 수상자를 정했다. 자살과 보살을 더하고 실책이 몇 개 있었는지를 계산했다. 지명타자 부문은 아예 없어 그 해 타율 0.412로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백인천(당시 MBC)도 골든글러브는 받지 못했다. 백인천과 그 해 정규시즌 MVP 박철순(당시 OB)은 나란히 베스트10만 수상했다. 투수 골든글러브는 황태환(당시 OB)이 차지했다.

프로야구 초창기 역사에 정통한 이상일 전 KBO 사무총장(현 야구학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당시에는 수상자들과 구단 관계자들이 식당에 모여 저녁을 먹으며 파티 형식으로 시상식이 이뤄졌다. 그것은 일본식이었다. 또 82ㆍ83년을 그렇게 하고 나니 모 구단주가 이렇게 하지 말고 방송 중계도 하고 화려하게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 전 총장은 “수비율에 허점이 있었다. 야수에게 수비 기회가 안 오면 의미가 없다. 또 단순 기록으로 뽑은 수상자로 팬들이 잘 모르는 선수가 나오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고 국민 정서와 맞지 않았다. 실력과 인기가 겸비돼야 한다는 데 가치를 두고 지명타자를 더해 1984년부터는 두 시상식을 합쳤다”고 했다. 이렇게 ‘한국형 골든글러브’가 탄생했다.

‘야구 선진국’ 미국 메이저리그(MLB)은 수비와 공격을 나눠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준다. 투수와 포수, 내ㆍ외야수 등 수비로만 시상하는 골드글러브를 비롯해 최고 타격상 ‘실버슬러거’, 최고 투수상 ‘사이영상’ 등 다양하다. 일본도 골든글러브는 순수 수비로만 수여하고, 지명타자를 더한 포지션별 시상은 ‘베스트9’을 통해 따로 이뤄진다. 더불어 야구계에 특별한 공을 세운 이에게 주는 ‘쇼리키상’과 최고 투수가 받는 ‘사와무라상’ 등 종류도 많다.

한국프로야구도 이제 출범한지 36년의 세월이 지났다. 연륜에 걸맞게 시상식도 좀더 세분화하고 다양화해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발전시키는 논의가 필요한 때다.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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