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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확대’ 교육현장선 목소리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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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확대’ 교육현장선 목소리 엇갈려

입력
2017.05.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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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핵심공약 내세웠지만

초교 “적성∙재능 고려해줘” 환영

대입 연관 높은 중등학교선 기피

무작위 추첨 발령∙재교육 허술

혁신학교 교사들도 불만 많아

“양적인 확대에 주력하기보단

질적수준 높이는 정책 마련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아이를 혁신초에 전학시키려고 이사까지 했어요.” (서울 한 혁신초 3학년 학부모)

“내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아이가 혹시나 혁신고로 배정되진 않을까 불안합니다.” (서울 한 중학교 3학년 학부모)

문재인 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혁신학교 확대’를 두고 초등, 중등 학교 현장의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는 주입식 교육에 갇힌 한국 교육의 병폐를 개선하려는 가치가 높게 평가 받지만, 입시를 외면할 수 없는 중등 학교에서는 혁신학교 배정을 기피하려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 교육 현실을 감안해 중ㆍ고교 혁신학교의 질을 개선하는 세부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유력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2009년 교육감으로 취임하면서 처음 도입한 혁신학교는 현재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돼 전국에 1,159개(올해 기준ㆍ초 681개, 중 342개, 고 132개)에 달한다. 각 교육청들은 혁신학교에 연평균 1억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해주고 자유로운 수업 운영과 진로 교육 강화 등을 장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김 전 교육감이 실현시킨 혁신학교로 현재 학교를 전체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혁신학교의 전국적 확대를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

학생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혁신 초등학교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주입식이 아닌 토론식 수업과 상벌이 없는 생활지도, 주요과목 단원평가 외 시험배제 등 아이들을 열린 환경에서 교육하는 문화 때문이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혁신초 3학년 학부모 김모(42)씨는 “과제나 시험에 치중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며 “선생님들이 아이의 적성, 재능을 고려해준다는 점에서 일반 학교와는 달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혁신초 4학년 학부모 정모(40)씨도 “‘찍어 누르기 식’ 교육보다는 학생의 엉뚱한 질문에도 정성껏 대응해주고 창의력을 길러주는 교사와 학생 간 활발한 토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 혁신학교를 보는 시선은 다소 다르다. 대학입시가 중심인 한국 교육체계 상 수학능력시험과 내신을 위한 교육 대신 수업 방식 변화나 진로 교육 강화 등의 시도는 되레 학교의 약점으로 여겨지는 탓이다. 전국 혁신학교의 개수가 대입과 연관성이 커지는 상급학교로 갈수록 적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해 송파구의 한 혁신고를 졸업한 A(19)군은 “일반학교보단 자치 동아리 활동이나 진로교육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편이지만 실제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직업을 보는 눈이 얼마나 넓혀지는지는 의문”이라며 “특히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선 진학의 가치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 일부 선생님들로 인해 불안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혁신학교 내 교사들 사이에서도 불만은 적지 않다. 교원 발령이 무작위 추첨으로 이뤄져 교사들이 적절한 준비 없이 혁신학교로 발령받는 경우가 많고, 교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재교육도 허술해 역량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혁신중 교사 B(48)씨는 “교사들 나이대가 높아 변화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데다,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학내 문화나 교육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헤매는 교사들이 많다”며 “교육당국이 교사의 전공 분야 재교육이나 부전공을 키우기 위한 연수를 다양하게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나마 있는 소수 과정도 수박 겉핥기 식”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2015~16학년도 혁신학교 재지정 기회를 얻은 57개 서울 학교 중 7개교가 재지정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모두 교사들의 투표로 혁신학교 운영 종료가 결정됐다. 서울의 경우 혁신학교 공모 혹은 재공모를 하려면 ‘교원 및 학교운영위원 동의율 각각 50%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혁신학교의 양적인 확대에 주력하기 보다는 질적 수준을 높일 정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동구의 한 혁신학교 교사 C(55)씨는 “혁신학교라는 이름은 갖고 있지만 수업 내용이나 학교 문화는 일반 학교보다 경직된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며 “혁신학교의 자율성과 대입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교사들의 전문성과 혁신학교의 공감 확대를 위해서는 어떠한 장치들이 필요한지 현장의 실제 고민을 담은 세부 조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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