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서 ‘룰의 전쟁’ 2막이 시작됐다.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이한구 의원은 “개혁공천”을 부르짖으며 현역 의원의 공천 여부를 가늠할 세부 규칙까지 만들 태세다. 반면 김무성 대표는 “이미 확정한 공천 룰에 따른 관리”로 역할을 한정하며 견제구를 날렸다.
이 위원장은 11일 본보 통화에서 “당규에 명시된 공천 부적격자 조항에 근거해 공관위에서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어 현역 의원들의 성과를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당헌ㆍ당규에 명시된 공천 룰과 별도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또 다른 ‘룰’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앞서 이 위원장은 현역 의원이라도 저(低)성과자나 비(非)인기자는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저성과자 기준과 관련해 “법안발의, 예산심의, 대야관계 등 의정활동의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이 있을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비인기자의 판단 근거는 여론조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본인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에도 훨씬 못 미치는 분은 현역이라도 문제가 있다”며 “공천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맞게 과감하게 가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이한구 카드’를 마뜩잖아 했지만 결국 받아들인 김 대표는 이날 공관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게 최고의 정치개혁이라는 생각으로 만든 당헌ㆍ당규와 공천 룰대로 관리를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공관위의 역할이 ‘관리’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계파간 합의를 거쳐 완성한 공천 틀을 흔들었다간 당이 걷잡을 수 없는 분란에 휩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내의 계속되는 ‘표적 물갈이’ 의혹에 이 위원장은 “비율을 정해놓고 현역을 교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20대 총선 지역구 후보자 공천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접수 마감은 16일이다. 1호 접수자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친박’의 실질적 좌장이자 3선인 최경환 의원이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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