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다음달 11일 개성공단에서 제1차 남북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8ㆍ25 합의 핵심사항이었던 당국회담이 열리게 되면서 남북관계의 전환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남북 실무접촉 회담 대표단은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무박 2일 밤샘 협상 끝에 새벽 1시 이 같은 내용의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남북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 공동보도문이란 형식으로 발표된 합의문에 따르면 회담 수석 대표는 차관급으로 정하고 회담의제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문제라고 포괄적으로 적시했다.
일단 실무접촉에서 이견 차가 컸던 당국회담의 대표급과 회담 장소, 의제를 둘러싸고 양측 모두 한발씩 양보하며 타결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표급과 관련해서 당초 이견이 클 것으로 예상됐지만 비교적 쉽게 합의를 봤다. 우리측도 장관급이나 통일부와 통일전선부 수장이 만나는 통-통라인을 고집하지 않고 처음부터 차관급을 내세웠고 북측도 부상급을 거론하며 합의를 봤다. 우리 측에선 황부기 통일부 차관이나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
회담 장소가 개성공단으로 정해진 것도 이례적이다. 남북은 8ㆍ25 합의문에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개최키로 장소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협의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열기를 제안했으나 북한이 왕래의 번거로움을 피하자는 이유를 들어 개성과 금강산, 판문점 3곳을 역제안 해왔고 우리 측이 이를 수용했다.
의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문제로 뭉뚱그렸다는 점에서 양측이 제기하는 모든 의제가 회담 테이블에 올라갈 전망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가장 쟁점이 된 것은 의제였다”며 “우리는 남북관계 제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자고 했으나 북한은 구체적으로 하자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5ㆍ24 조치 해제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날 합의를 이뤄냈지만 협상 과정은 진통의 연속이었다. 남북 실무접촉 회담 대표단은 이날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만나 협의에 들어갔다. 당초 우리 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에 회담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북측 지역의 통신선 개설과 관련한 기술적 문제로 인해 2시간 20분 지연된 12시 50분부터 회담이 시작됐다.
양측은 만나자마자 별도의 모두발언도 없이 당국회담의 형식, 대표단 구성, 회담 개최 시기, 장소, 의제 등에 대해서 한꺼번에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쏟아 냈다. 90분 만에 1차 전체회의를 마무리 지은 양측은 점심 식사를 겸해 휴회를 한 뒤 한 동안 각자의 입장 조율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수석대표 접촉을 재개했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서울과 평양의 훈령을 받느라 대기했다가 다시 접촉을 이어가기를 5차례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남북은 회담 전부터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선제압에 나섰다. 북한 노동신문은 전날 “8월의 북남합의 이전이나 이후나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서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 정부에게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가시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우리 정부 역시 북측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도록 회담을 하겠다”고 말해 원칙론에 입각해 회담에 임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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