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지용 기자

등록 : 2018.03.06 18:00
수정 : 2018.03.06 23:18

김정은, 직접 로비 나와 특사단 맞아… 손 흔들며 배웅까지

4시간12분 회동 '파격 환대'

등록 : 2018.03.06 18:00
수정 : 2018.03.06 23:18

도착 3시간 만에 ‘속전속결’ 만남

일일이 악수하며 접견장 안내

리설주ㆍ김여정 등 만찬 총출동

둥근 테이블 앉아 남북 전면 접촉

김정은, 시종 웃음 띄우며 대화 주도

도중에 건배하며 친근함 드러내

대북특별사절단이 5일 만찬이 열린 평양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맹경일 노동당 통전부 부부장, 김창선 서기실장,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리설주. 청와대 제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한 대북특별사절단을 파격적으로 환대했다.김 위원장은 만찬에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까지 총출동시켜 남북 간 전면 접촉이 이뤄졌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김여정 특사 파견에 이은 김정은식 대화 공세의 하이라이트였다.

대북특사단을 맞이한 김 위원장의 행보는 거침 없었다. 북한 최고지도부의 심장부 격인 조선노동당 본관을 접견과 만찬 장소로 고른 게 대표적인 예다.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청사는 우리의 청와대 격으로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조선중앙TV가 6일 공개한 영상에는 이례적인 장면들이 담겼다. 김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이 노동당 본관 로비에 서서 대북특사단을 맞이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북특사단원들과 일일이 악수했고, 직접 접견장으로 안내했다. 정 실장은 접견장에서 문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이어진 만찬에는 리설주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 김창선 서기실장 등 김 위원장의 가족과 최측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접견을 통해 우리 측은 2011년 12월 사실상 북한 최고지도자 권좌에 김 위원장을 첫 대면했다. 이전에는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당시 파견한 조문단과의 상견례가 전부였다. 리설주가 우리 측 인사를 만난 것도 2005년 인천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에 응원단으로 방남한 이후 처음이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접견 사진에는 정 실장이 펜을 손에 쥐고 수첩을 편 채 김 위원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정 실장의 수첩에는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미 연합훈련으로 남북관계가 다시 단절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전략무기 전개’, ‘작년 핵ㆍ미사일 실험은 유일한 대응조치’, ‘다른 선택 無’, ‘새로운 명분 필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정 실장은 귀국 후 춘추관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그 문제가 제기될 경우 이러한 요지로 북측을 설득해야겠다고 우리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적어놓은 것”이라고 했다.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김 위원장과 대북특사단은 꽃으로 장식된 둥근 테이블에 둘러 앉아 환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만찬에서 대화를 주도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남측 인사들에게 다가가 잔을 부딪히는 등 친근함도 드러냈다. 만찬에는 포도주와 북한 전통주 등 4가지 종류의 술과 해물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요리가 제공됐다. 김 위원장과 리설주는 만찬이 끝난 뒤 특사단 차량이 도착한 입구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접견과 만찬은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 12분까지 총 4시간 12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방남한 김여정 부부장과 2시간 50분 동안 접견ㆍ오찬을 한 것에 비해서도 1시간 이상 길다. 대북특사단은 북한 언론을 통해 제한적으로만 알 수 있었던 김 위원장의 성격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접견으로 김 위원장의 스타일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과 다르다는 점도 드러났다. 김정일이 우리 측 특사의 귀국 직전 예고 없이 접견하거나 일정을 지연시키는 식의 ‘기싸움’을 벌인 반면, 김 위원장은 대북특사단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지 3시간 만에 접견과 만찬을 가졌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6일 오전 김영철 부위원장 등과 실무회담을 가진 대북특사단은 이날 오후 5시 58분 성남공항을 통해 귀국해 문 대통령에게 회동 결과를 보고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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