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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저축의 함정

입력
2017.01.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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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급은 인간이 만든 가장 강력한 도구다. 봉급을 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의 신체와 정신, 영혼까지 노예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갖는다. 노예 제도가 폐지되었을 때 부자들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봉급제도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의 최근 책 ‘부자 아빠의 세컨드 찬스’에 나오는 얘기다. 봉급의 어두운 측면을 간파한 것으로 설득력이 없지 않다. 실제 봉급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용자가 많다. 떼어먹기도 하고 체불도 한다. 열정페이까지도 강요한다. 최근 말썽을 일으킨 이랜드그룹이 대표적이다.

▦ 그래도 봉급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다. 봉급은 당초 공직에 봉직하는 대가로 주어졌지만, 지금은 일반 근로자 월급이나 시급 연봉 등이 포함된다. 근로자 노동 능력이 상품화되어 가격이 책정된 것이 봉급이라 하겠다. 남성에게 월급봉투는 가부장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통장이 온라인화하면서 월급봉투는 종말을 고했다. 비자금도 사라지고 가장의 권위는 통장을 주무르는 아내에게 넘어갔다. 봉급을 알뜰살뜰 모아 저축해야 집도 사고 재산도 불린다. 그만큼 서민 생활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 그런 저축성향에 함정이 있다는 주장이 이색적이다. 로버트는 돈을 저축하면 오히려 부가 줄어든다고 지적한다. 누군가가 돈을 저축하면 그 부는 신용확대를 통해 유통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보면 미국에서 1달러를 저축하면 신용공급을 통해 34달러까지 부풀어 대출됐다. 극단화하면 돈의 구매력이 34분의 1로 약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초래되고, 저축을 한 사람은 결국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다. 그래서 부자들은 저축하지 않고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돈을 계속 움직여 부를 창출한다.

▦ 2011년 4월 기준 한국은행의 화폐발행잔액은 43조원을 넘었다. 하지만 당시 신용창출을 통해 유통시킬 수 있는 통화는 1,684조원으로 잔액의 30배를 훌쩍 넘었다. 로버트의 주장대로라면 신용창출로 화폐 가치 하락이 뒤따라 구매력은 형편없이 떨어졌을 것이다. 특히 5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해마다 10조원 가까이 화폐발행이 늘어 내년 초에는 잔액이 1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워런 버핏의 말처럼 ‘돈이 소비에 사용할 수 있는 종이조각’으로 전락할까 걱정이다. 하긴 당장 쓸 돈도 없는 서민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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