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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금강산 소나무

입력
2015.07.2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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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 자라는 소나무를 금강송(金剛松), 또는 강송(剛松)이라고 부른다. 한때 금강송이란 건 우리나라 소나무를 지칭하는 또 하나의 이름일 뿐 특별한 실체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책 궁궐의 우리 나무로 유명한 나무박사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금강송은 엄연히 한반도 고유의 소나무 한 품종이다. 금강산에서 경북북부까지 백두대간을 따라 자생하며 바람 세고 눈 많이 내리는 환경에 잘 버틸 수 있게 줄기는 곧으면서 가지가 옆으로 많이 뻗지 않는 원뿔 모양 수형을 이뤄 보통 소나무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 왕의 관(棺)과 왕실 짓는데 사용되면서 얻은 이름 황장목, 주로 경북 봉화 춘양역을 통해 실려나갔다고 해서 춘양목이라고도 불린다. 금강송은 켜놓은 목재 모양도 일반 소나무와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도 붉은 색조의 심재부가 일반 소나무에 비해 훨씬 넓다. 송진이 축적돼 있고 조직이 치밀한 이 부분이 넓다는 것은 목재가 단단하고 잘 썩지 않으며 향기 또한 뛰어나다는 뜻이다. 금강송을 최고의 목재라고 부르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늘씬하면서도 단아한 수형을 자랑하는 금강송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 금강송 본가라고 할 수 있는 금강산 소나무들이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긴급 공동조사 요청을 해와 우리 산림 전문가들이 29일 현대아산 관계자들과 함께 급거 금강산으로 향했다. 요즘 자존심 앞세워 웬만해서는 남쪽에 아쉬운 소리 안 하던 북측이 산림전문가 파견요청을 해온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상태가 심각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에 감염되면 붉은 빛을 띠면서 죽어가는데 누렇게 마르고 있다면 일단 재선충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 금강산 관광이 활발하던 2005년 4월 금강산을 찾았을 때 거센‘금강내기풍’(4,5월께 금강산일대에 부는 강한 바람)에 요동치던 금강산 소나무 숲이 기억에 생생하다. 제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산림관리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는 우리 전문가들이 갔으니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거기에 더해 이번 금강산 소나무병해충 남북 공동대응이 꽉 막힌 남북대화와 협력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화위복!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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