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지평선] 박근혜 대 홍준표

입력
2017.10.25 17:04
30면
0 0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9대 대선 다음 날 “세상이 나를 다시 부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역대 최대 표차(557만표)라는 불명예는 아랑곳하지 않고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는데 한껏 고무돼 있었다. 지난 7월 당권을 잡은 후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우며 보수층 결집에 주력하는 홍 대표의 시선은 다음 대선을 향해 있다. 바른정당과의 ‘보수 통합’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세를 회복한 뒤 이를 기반으로 또 한 번 대선에 도전한다는 복안이다.

▦ 홍 대표의 야심 찬 구상이 첫 단계부터 벽에 부닥쳤다. 바른정당 통합의 전제로 추진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등 ‘친박 청산’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기에 놓였다.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의원의 폭로로 홍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성완종 리스트’ 재판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홍 대표가 주장한 “단순 협조요청”이 아니라 서 의원 폭로대로 “돈 전달자에 대한 진술 번복 구명로비”라면 대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녹취록이 실제로 존재하고 이것이 공개된다면 친박 청산은 물거품이 되고 홍 대표는 돌이킬 수 없는 내상을 입게 된다.

▦ 설상가상으로 ‘박근혜 출당’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당 윤리위원회가 출당을 결정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였으나 마지막 관문인 최고위원회 기류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9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북지사 또는 대구시장 출마를 희망하고 있어 이 지역의 '박심(朴心)'을 거역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선 고육지책으로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 시점으로 표결을 연기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래저래 홍 대표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 대선에선 표를 얻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제 다시 정치적 이익을 위해 박근혜를 부관참시하는 홍 대표나 과거 사건까지 끄집어내며 목숨을 부지하려는 친박 세력이나 꼴불견이기는 마찬가지다. 당의 마지막 부탁인 자진 탈당은 거부한 채 골수 지지층에 구조 요청의 메시지를 던진 박 전 대통령은 또 어떤가. 스스로 거름이 돼 보수를 살리기는커녕 재기하려는 보수의 발목을 끌어당기는 늪이 되고 있다. 박근혜 출당 성사 여부에 홍준표의 생사가 달린 기막힌 아이러니가 한국 보수정당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