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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규명ㆍ군 개혁ㆍ외교 지렛대 ‘세 토끼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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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규명ㆍ군 개혁ㆍ외교 지렛대 ‘세 토끼 잡기’

입력
2017.06.0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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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배치 전 과정 짚을 자료 확보

②국방장ㆍ차관, 장성 대규모 교체

③對美ㆍ對中 외교적 실익 극대화

“항명 의도 시각은 지나쳐” 지적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일 국방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일 국방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국방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고 누락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하며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조사까지 확대한 것을 두고 “세 마리 토끼 잡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면서 군 내부 물갈이를 위한 명분을 쌓는 동시에, 사드 배치 완료 시점을 최대한 늦춰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3가지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상명하복이 요체인 군을 상대로 ‘항명’ 낙인을 찍는데 주력하다간 청와대가 오히려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번 파동으로 베일 속에서 은밀하게 진행됐던 사드 배치 전 과정의 의혹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단초를 잡았다. 김관진 전 실장이 사드 관련 문서를 제대로 넘기지 않아 사드 배치 문제점을 되짚어볼 기초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했지만, 국방부를 ‘독 안의 쥐’ 신세로 옭아매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1일 “앞으로 최소한 사드와 관련해서는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있는 자료, 없는 자료 죄다 가져다가 상세하게 보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방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군의 전ㆍ현직 수뇌부인 김관진 전 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신속하게 소환조사한 것은 이명박ㆍ박근혜정부 9년여간 군 내부에 고구마줄기처럼 형성된 이들의 인맥을 겨냥한 상징적인 조치라는 평가다. 국방부는 이미 바짝 엎드린 채 청와대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당분간 두 사람의 이름을 입에 올리기도 어렵게 됐다”며 “신임 국방부 장ㆍ차관 임명은 물론 합참의장과 장성인사까지 예고돼 있어 대폭적인 인사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조사는 사드 배치 논의가 본격 시작된 지난해 3월 한미 공동실무단 구성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으로 전망이다. 바꿔 말하면 청와대가 사드 배치의 전 과정을 꼼꼼히 따져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약식으로 진행하더라도 통상 6개월은 걸린다. 국방부는 이 과정을 어물쩍 넘어가려 온갖 꼼수를 짜냈지만, 이제는 정식 절차를 밟는 쪽으로 방향을 180도 선회하고 있다. 아울러 국회도 청문회 등을 예고하며 단단히 벼르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청와대가 절차적 정당성을 명분으로 사드 배치 완료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면서,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외교적 실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뒀다. 그 동안 청와대와 국방부의 그늘에 가려 사드 문제에서 한발 비켜나있던 외교부조차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사드 문제의 초점은 절차적 공론화의 부족”이라며 “한미동맹의 정신에 따라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중국과도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상호 이해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지적한 발사대 4기 보고 누락을 군의 의도적 항명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청와대로선 발사대 4기까지 성주에 배치되면 사드 1개 포대 배치가 완료되기 때문에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만 사드 전개를 당연시해온 군 내부에서 “이미 레이더와 발사대 2기가 성주에 배치된 상태인데, 발사대 4기 반입을 고의적으로 숨길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이번 파문은 청와대의 완승이지만 군의 항명으로 계속 비치는 건 청와대도 부담일 것”이라며 “사드 배치 절차 문제를 살펴본 이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확실한 방향부터 설정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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