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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추석을 맞은 예비 안내견 ‘풀꽃’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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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추석을 맞은 예비 안내견 ‘풀꽃’이 이야기

입력
2017.10.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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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꽃송 씨네 가족이 퍼피워킹 첫날 만난 풀꽃이를 안아보고 있다. 윤꽃송 씨 제공
윤꽃송 씨네 가족이 퍼피워킹 첫날 만난 풀꽃이를 안아보고 있다. 윤꽃송 씨 제공

올 추석을 특별하게 맞는 가족이 있다. 올해 예비 안내견 ‘풀꽃’이와 함께 맞는 첫 추석에 윤꽃송 씨는 가족들과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풀꽃이는 올 2월에 태어난 예비 안내견. 윤 씨가 올해 처음으로 ‘퍼피워킹’ 봉사를 신청하면서 풀꽃이는 지난 4월부터 윤 씨네 가족과 지내고 있다.

퍼피워커란 안내견 학교에서 태어난 후보 강아지를 1년 간 가정에서 맡아 기르면서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에 필요한 기본 소양을 익히도록 돕는 봉사자다. 배변훈련, 간단한 복종훈련을 할뿐 아니라 쇼핑몰, 식당도 다니고 대중교통도 이용하면서 사회화를 돕는다.

윤 씨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우연히 퍼피워킹에 대해 알게 됐다”며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가족봉사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예비 안내견 풀꽃이가 안내견 공부중입니다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있다. 윤꽃송 씨 제공
예비 안내견 풀꽃이가 안내견 공부중입니다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있다. 윤꽃송 씨 제공

퍼피워킹 봉사가 쉬운 일만은 아니다. 리트리버 종 자체가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개구쟁이다 보니 배변훈련과 ‘앉아’, ‘기다려’ 등 간단한 복종 훈련을 시키는 것 자체도 처음엔 힘들다. 더욱이 산책도 하루에 네 번을 해야 하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보다 윤씨 가족을 힘들게 하는 건 안내견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다.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보조견 표지를 부착한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할 때는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해서는 안되며,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자원봉사자가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도 같다고 되어 있다.

예비 안내견 풀꽃이는 지하철도 타보고 쇼핑몰도 가보면서 사회화 훈련을 하고 있다. 윤꽃송 씨 제공
예비 안내견 풀꽃이는 지하철도 타보고 쇼핑몰도 가보면서 사회화 훈련을 하고 있다. 윤꽃송 씨 제공

문제는 소규모 식당뿐 아니라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 등도 안내견 출입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윤 씨는 “손님들이 싫어해서라는 명분으로 거절을 당할 땐 정말 화도 나고 눈물이 난다”며 “시각장애인들은 얼마나 더 서러울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출입을 거부당하면 안내견학교에서 배운 대로 침착하게 장애인복지법에 대해 설명을 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출입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윤 씨는 “어렵게 식당 안으로 들어가도 냉랭한 경우도 많다”면서도 “식당 손님들이 오히려 안내견 출입이 가능하다고 얘기해주고 환영해줄 땐 고맙기도 하고 눈물이 난다”고도 했다.

올 추석 가족들은 풀꽃이와 함께 서울 강남, 광화문 등 시내도 구경하고 산책도 실컷 하면서 보낼 예정이다.

풀꽃이는 장난감을 좋아하는 개구쟁이다. 윤꽃송 씨 제공
풀꽃이는 장난감을 좋아하는 개구쟁이다. 윤꽃송 씨 제공

윤 씨의 바람은 풀꽃이가 안내견으로 발탁돼 시각장애인들의 소중한 눈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윤씨는 안내견이나 안내견 후보견을 마주쳤을 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풀꽃이는 공부 중이라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하고 만지면 놀자고 하는 줄 알아 주의력이 흐트러 져요. 안내견 후보생과 안내견을 보면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예뻐해 주면 좋겠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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