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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뿌리기업 스마트공장,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입력
2017.02.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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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용 주물소재를 생산하는 대광주철은 이 분야의 대표적 강소기업이다. 직원 수가 5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규모지만 20여 년간 주물 제조에만 매달려온 기술력을 인정받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수년째 매출이 정체되면서 성장이 한계에 부닥치는 상황이 찾아왔다. 문제는 낙후된 업무 프로세스에 있었다.

주물 제조 현장에서 작업자의 경험과 직감에 의존해온 생산방식이 발단이었다. 주철을 용해할 때 쇳물의 주요 성분비가 기준에 어긋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로 인해 2t 분량의 쇳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돼 한 번에 3백만 원 가량 손해 보는 일이 많았다. 생산현장에서 작업 중에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기록하면서 실수하거나 빠뜨리는 경우가 빈번했고, 필요한 때 자료를 실시간으로 조회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생산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지시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도 많았다.

회사가 혁신의 돌파구로 삼은 것은 ‘스마트공장’이었다. 정부지원금 1억 원에 자체 자금 5,000만 원을 투자해 생산과 운영을 자동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영업부서에서 수주한 주문을 시스템에 등록하면 이를 바탕으로 원자재 조달과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현장 단말기를 통해 작업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업무를 자동화했다. 공정마다 비치된 단말기에 작업자가 입력한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납기를 맞추는 일도 간편해졌다. 불량률과 재고비용이 눈에 띄게 줄고 생산성과 영업이익이 높아지는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실익이 두드러졌다.

스마트공장이 제조업 현장에 변혁을 불러오고 있다. 작업자의 능률을 높여줄 뿐 아니라 관리 효율도 대폭 개선한다. 실시간으로 생산 현황과 공정 진척을 모니터링 하는 체계가 확립돼 현장에 있지 않아도 생산 관리가 가능하다. 관리자는 자신의 컴퓨터를 통해 어떤 설비에서 품질 정보가 입력이 안 되고 있는지, 설비는 어떻게 가동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언제든 공정별 정보를 조회하고 분석할 수 있어 관리 효율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중간 단계까지는 현재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공장을 구현할 수 있지만 고도화 단계는 사물인터넷과 빅 데이터 분석 등 첨단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 대기업 공장은 대부분 중간 단계 이상으로 올라섰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직도 생산 관리를 수작업 또는 단편적인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고 있다. 대기업의 스마트공장이 고도화되더라도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제조과정 전반의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

주조 금형 열처리 표면처리 소성가공 용접 등 이른바 6대 뿌리기술 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조업의 토대를 이루는 이들 산업의 생산과 관리가 스마트해지지 않고서는 제조업 전체의 고도화를 달성할 수 없다. 스마트공장 도입의 선결과제인 빅 데이터 구축을 위해 먼저 각 생산 공정과 관련한 데이터를 취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뿌리산업 6대 분야별 조합과의 협업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정리해 체계화하고, 이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제조공정 플랫폼과 결합하는 것은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한 효과적 대안이 될 만하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 중 하나는 ‘유연성’이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선 동일한 설비에서 투입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다품종 생산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전반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성과 효율성이라는 기존 덕목에 다양한 기호와 취향에 부합하는 유연성을 더하기 위해 스마트공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뿌리산업 스마트공장 추진에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

이성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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