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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표향 기자

등록 : 2017.12.03 13:55
수정 : 2017.12.03 14:21

백윤식 “내 배우 인생은 언제나 ing”

고희에 ‘반드시 잡는다’에서 액션 스릴러 도전

등록 : 2017.12.03 13:55
수정 : 2017.12.03 14:21

백윤식이 출연한 ‘반드시 잡는다’는 노인이 주인공으로 나서 사건을 해결하는 색다른 스릴러 영화다. 백윤식은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고심했지만 웹툰 원작 ‘아리동 마지막 카우보이’를 읽어 보고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NEW 제공

배우 백윤식(70)은 영원한 현역이다. 주로 주인공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역할에 한정되곤 하는 나이지만, 백윤식은 언제나 예외다.

‘내부자들’(2015)의 이강희, ‘관상’(2013)의 김종서, ‘돈의 맛’(2012) 윤회장, ‘타짜’(2006)의 평경장, ‘싸움의 기술’(2006) 오판석, ‘범죄의 재구성’(2004)의 김선생 등 대부분의 출연작에서 주전 공격수로 젊은 배우들과 똑같이 풀 타임을 소화했다. 그에게 나이는 무의미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개념인 듯하다.

신작 ‘반드시 잡는다’(상영 중)에서는 더 특별한 도전을 했다. 이번엔 ‘액션 히어로’다. 낙후된 아리동 연립주택에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꼬장꼬장한 집주인 심덕수(백윤식)는 납치당한 205호 여성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과 콤비를 이뤄 범인을 쫓는다. ‘노인이 주인공인 스릴러 영화’라는 용감한 시도로 눈길 끄는 작품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윤식은 “배우로서 이런 작품을 만나 무척 기쁘다”며 흐뭇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백윤식은 심덕수의 생활 액션을 “본능과 정신력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EW 제공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제피가루 작가의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가 원작이라고 하길래 찾아 봤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작가의 후기까지 읽었다. 작품에서 다룬 사건과 실제로 비슷한 사건이 있어서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될까 우려해, 기획과 구성을 바꾼 과정을 설명하고 있었다. 출연 결심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받았다.”

-좁다란 계단 액션 장면이 흥미로웠다. 다리를 다친 젊은이와 노인 심덕수가 펼치는 느릿느릿한 추격전이 유쾌했다.

“평소에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힘에 부치진 않았다. 영화를 찍으면서 운동까지 하니 얼마나 좋은가. 계단 추격전을 롱 테이크로 찍을 때는 감독이 나를 배려해 스턴트 배우를 투입했다. 그런데 막상 찍고 보니 아쉬웠던가 보더라. 내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내가 직접 뛰면서 재촬영을 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 진작에 얘기를 하지 그랬냐고 감독에게 괜한 타박도 했다. 하하. 회상 장면 찍으려고 목포 유달산에도 올라갔다. 성동일은 힘들었다는데, 나는 운동 삼아 등산할 만했다.”

-하이라이트인 진흙탕 난투극은 고됐을 것 같다.

“그 장면만 3일간 찍었다. 겨울 밤에 살수차로 비를 뿌려대니 힘들기는 했지만 육체적으로 어렵지는 않았다. 심덕수의 액션은 정신력에서 나온다.”

-심덕수는 구두쇠지만 속정이 깊은 인물이다. 205호 여성 세입자를 구하려는 심덕수의 마음은 어떤 것인가.

“영화엔 나오지 않지만, 원작을 보면 심덕수는 한국전쟁 중에 동생을 잃은 아픔을 갖고 있다.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심덕수가 본능적으로 범인을 쫓는 것이라 생각했다. 심덕수도 고생해서 자수성가한 사람이라 젊은 세대의 고달픈 삶을 이해하고 있다. 열심히 살던 세입자가 납치당하니 미안하게 생각했고, 조금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랐을 것이다. 나도 인생을 앞서 산 사람으로서 젊은이들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 왔다. 그래서 심덕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 작품에선 회장님, 권력자, 은둔 고수 등 주로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었는데 심덕수는 생활감이 물씬하다. 연기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시나리오에 모든 답이 있다. 몇 번이고 시나리오를 읽어보면서 백윤식에 맞게 캐릭터를 풀어가는 거다. 내가 맡은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전체 틀이 먼저다. 어떤 이야기인지, 어떤 장르인지에 따라서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성동일(왼쪽)과 백윤식 콤비의 연기 호흡이 맛깔스럽다. NEW 제공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내부자들’) “너 그러다 피똥 싼다”(‘싸움의 기술’) “내가 청진기 대면 딱 나와”(‘범죄의 재구성’) 등 백윤식만의 명대사들이 많다. 대사톤을 연구한 것인가.

“내가 연기한 인물들이 뱉은 말들이 다 맛이 있다. 좋은 말은 아니지만 함축적인 의미와 뉘앙스가 있다.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말한 것일 뿐인데 관객들에게 재미있게 들려서 각인이 된 모양이다. 또 작품이 좋은 결과를 얻은 것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요즘 예능프로그램을 보니 성대모사를 많이 하더라. 나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특히 ‘개 돼지’ 대사는 고위 공직자가 인용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고 정치적 사건들과 결부돼 여전히 회자된다.

“마치 영화가 암시라도 한 것처럼 실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는 걸 보면, ‘음, 좀 그렇구나’ 했다. ‘내부자들’도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다 읽었는데 엄청난 취재가 바탕이 됐더라. 그래서 현실감 있는 대사들이 나올 수 있었던 거다.”

-누군가의 남편, 아버지, 할아버지보다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물을 주로 연기했다.

“젊은 시절에도 좋은 역할을 많이 만났다. 예술성 있는 작품과 실험적인 문제작도 많이 했다. (KBS 문예단막극인) TV문학관에선 아마도 내가 최다 출연자일 거다. 주로 회색도시의 고뇌하는 지식인 같은 역할이었다. 캬~ 죽이지 않나. 하하. 화가 이중섭, 시인 이상화, 춘사 나운규 등 예술인도 연기했다. 당시엔 배우가 방송사에 소속돼 활동했는데, 타 방송사 동료들이 나를 꽤 부러워했다.”

-앞으로도 왕성한 연기 활동이 기대된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직업이든 인생이든, 나름대로는 구김살 없이 살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ing’라는 말을 좋아한다. 배우 백윤식도, 인간 백윤식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백윤식의 맏아들 백도빈과 며느리 정시아, 둘째 아들 백서빈도 배우로 활동 중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백서빈의 출연작 ‘신상수훈’에 대해 묻자 백윤식은 “해외 영화제에서도 주목하는 좋은 작품”이라며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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