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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 드러난지 10년 만에… 금융위, 이건희 차명계좌 34억원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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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 드러난지 10년 만에… 금융위, 이건희 차명계좌 34억원 과징금

입력
2018.04.12 10: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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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부가 불법 차명계좌를 운용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과징금 33억9,9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 4월 삼성 특검으로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드러난 지 10년 만이다.

특검 등의 조사로 드러난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1,229개에 달하지만 현행법으론 금융실명제(93년 8월12일) 이전에 만들어진 27개 차명계좌에만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보니 과징금 규모가 대폭 쪼그라들었다. 다만 정부는 금융실명법을 개정해 앞으로 차명계좌에 대해선 개설 시기와 관계없이 무조건 과징금을 물리고, 이를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어서 이후 이 회장의 나머지 차명계좌에도 과징금이 매겨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종구 위원장 주재로 3차 임시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임시회의엔 최 위원장을 비롯해 김기식 금감원장 등이 참석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93년 8월) 개설된 차명계좌 중 정부가 정한 기간에 실명으로 전환하지 않은 계좌는 금융자산의 50%를 과징금으로 물릴 수 있다. 실명제 시행일 당시 이 회장 차명계좌 27개에 찍힌 잔액은 총 61억8,000만원이다. 금융위는 여기에 50%를 과징금으로 물리고 미납과징금의 10%를 가산금으로 책정해 33억9,900만원을 최종 부과하기로 했다. 27개 계좌가 개설된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 삼성증권 4곳이다. 금융위는 일단 4개 증권사에 과징금을 청구키로 했다. 실명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은 금융기관이 해당 계좌주인에게 원천징수하게 돼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증권사가 미리 과징금을 내고 추후 삼성에 구상권을 청구해 과징금을 다시 받아낸다.

정부가 이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물리기까지 우역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국감 때 정부가 이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금융위는 그간 타인의 이름으로 실명 전환한 차명계좌는 법을 어겼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며 과징금을 물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법제처가 실명전환 의무기간에 차명으로 실명(이름과 주민번호 일치) 전환했더라도 이후 검찰 수사 등으로 실제 돈 주인이 다른 사람으로 드러난 경우엔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정부가 이번에 일부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물리긴 했지만 사실 이는 반쪽 제재에 불과하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1,229개를 통해 2조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운용했다. 하지만 현행법으론 일부 계좌에만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보니 과징금 규모가 대폭 쪼그라든 것이다. 정부가 이런 법의 맹점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불법 차명계좌는 개설시기와 관계없이 무조건 과징금을 물리는 방향으로 금융실명법을 개정키로 했다. 또 개정법의 소급 적용을 국회와 논의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법이 언제 시행될지 예측할 수 없고, 설령 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과거까지 소급하는 식으로 시행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늦게라도 정의가 바로 서 다행이다”면서도 “그간 과징금을 물릴 수 없다던 금융위가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하는데 이는 국민 나아가 국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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