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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산업 '강아지 공장'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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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산업 '강아지 공장' 딜레마

입력
2018.02.27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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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6조대 시장 육성 계획에

동물보호단체 “생산ㆍ판매 제외”

업계선 “양적 성장부터 해야”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천안 펫샵 79마리 애견이 방치된 치사 사건을 고발하며 '반려동물관련산업법 제정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천안 펫샵 79마리 애견이 방치된 치사 사건을 고발하며 '반려동물관련산업법 제정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반려동물 산업에 대한 청사진을 내놨다. 2022년까지 반려동물 관련 일자리를 1만8,000개까지 늘리고, 시장도 6조원 규모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산업을 체계적으로 키우기 위해 올해 안으로 ‘반려동물관련산업법’도 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은 일명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는 동물생산업체의 존속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강아지 공장의 퇴출을 주장하는 동물보호단체와 양성화 및 육성을 요구하는 생산업계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다.

26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중 반려동물산업법 제정을 위한 정책포럼을 연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8가지 반려동물 관련 산업(장묘업 판매업 수입업 생산업 전시업 위탁관리업 미용업 운송업)에 대한 육성 및 진흥책을 반려동물산업법에 담으려는 정부 구상에 맞춰 각계 전문가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다.

농식품부는 포럼에서 생산업과 판매업 관련 사안을 우선적으로 다루면서 동물보호단체, 생산업체, 대학 등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보호단체 측과 업계 입장 차가 가장 첨예한 분야가 생산ㆍ판매업이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는 반려동물산업법에 생산ㆍ판매업은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아지 공장을 통한 반려동물의 무분별한 번식과 유통이 과잉 소비와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정부는 불법 생산업체들을 규제해 퇴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양성화하는 방안을 줄곧 추진해 왔다”면서 “1년에 9만 마리에 가까운 동물들이 버려지는 상황인데도 계속 반려동물 ‘구매’를 촉진하겠다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생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판매업 육성 여부도 논란거리다. 지난 13일 충남 천안시의 한 펫숍에서 개 79마리가 굶거나 병 들어 죽은 채로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발견되면서 당국의 허술한 관리ㆍ감독이 도마에 올랐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업은 얼마든지 육성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생명을 다루는 생산ㆍ판매업은 규제를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SBS ‘TV동물농장’이 2016년 고발한 동물생산업체 내부 모습. SBS TV동물농장 캡처
SBS ‘TV동물농장’이 2016년 고발한 동물생산업체 내부 모습. SBS TV동물농장 캡처

실제 선진국에서는 반려동물 생산과 판매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영국의 ‘개 생산ㆍ판매에 관한 법’에 따르면 생산ㆍ판매업자 모두 지역 정부로부터 허가를 취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생산ㆍ판매업자가 가정 분양자로 위장해 위생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대면 판매를 일절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음달 생산업에 한해 현행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한다.

생산업계 측은 의료, 보험, 미용 등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업이 확대되려면 생산ㆍ판매업 육성을 통해 ‘양적 성장’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시종 한국반려동물생산자협회장은 “반려동물산업법에 생산ㆍ판매업이 제외되는 건 1차 산업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내 산업이 붕괴되면 외국산 품종 수입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업계는 반려동물 농가를 일반 가축사육 농가와 구분해 별도의 허가 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입지 요건이나 사육 기준을 완화해 전체의 70% 정도로 추정되는 불법 농가들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규제와 육성 키를 모두 쥔 농식품부는 난감한 입장이다. 생산ㆍ판매업 관련 논의가 공전할수록 행동교정 전문가, 동물간호복지사 자격증 신설 등 일자리와 관련된 규정 마련도 지연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8개 관련 산업을 반려동물산업법에 이관해야 하는데 특정 업종만 배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제정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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