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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

입력
2018.08.0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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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종전선언은 애초 미국이 먼저 꺼냈다. 2006년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조지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북한 비핵화를 조건으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에 서명할 의사를 밝힌 게 그 시작이다. 이듬해 호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재론됐지만 미국의 의지는 이전보다 다소 약해졌다. 당시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 관련 언급으로 압박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한국전 종식 협정에 사인하고 안하고는 김정일에게 달렸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 한미 사이의 논의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공식 의제가 됐다. 하지만 회담 직후 종전선언의 주체 논란이 불거졌다. 10ㆍ4 공동선언문에 담긴 ‘3자 또는 4자의 종전선언 추진’이라는 표현을 두고서다.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을 포함한 4자는 문제가 없었지만, 3자인 경우 남북미가 아니라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인 ‘북중미’를 지칭한다는 분석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정상회담 대화록에도 ‘조선전쟁에 관련 있는 3자나 4자’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언급밖에 없어 논란은 한동안 이어졌다.

▦ 이를 감안하면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로 주체를 분명히 한 것은 외교적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중국의 동참 가능성을 열어 두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남북미 3자가 중심축이라는 사실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경우 평화체제 논의가 복잡해지고 미국 또한 중국의 개입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현실적 이유에 남북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9월 중순 유엔 총회에서 남북미 3자만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추진해 왔다.

▦ 3자 또는 4자를 둘러싼 종전선언 주체 논란이 다시 변곡점을 맞는 분위기다. 정부가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으로 방침을 선회하면서다. 정전협정 당사국을 배제하는 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데다 북한도 중국 포함을 요구했다고 한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최근 방한 또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중국을 피해 수월하게 종전선언을 추진하려던 정부로서는 반갑지 않은 복병을 만난 셈이다. 정부는 가을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을 8월 말로 앞당기는 등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개입을 꺼리는 미국을 설득하는 과제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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