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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5명 중 1명은 탈모로 마음고생”

입력
2016.05.0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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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는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제품이나 지인의 말만 믿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탈모는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제품이나 지인의 말만 믿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3년간 난치성 중증 원형탈모증을 앓으면서 고가의 샴푸, 화장품, 오일, 연고와 같은 의약외품 사용은 물론 온갖 비의학적 치료를 해봤지만, 증상이 나아지기보다는 경제적, 정신적 손실만 컸어요.” (한 탈모 환자) “비의약품의 과대광고가 환자에게 직접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만큼,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 방안이 마련됐으면 합니다.”(다른 탈모 환자)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은 탈모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지만 병원을 찾아 치료에 나서는 비율은 36%에 그치고 있다. 또한 의학적 치료를 하는 대신 탈모샴푸, 두피영양제와 같은 비의학적 관리법에 의존하고 있었다. 탈모는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질환임에도 관련 제품이나 지인의 조언만 믿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한모발학회(회장 심우영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에 따르면 탈모 관련 시장은 4조원에 달하지만 탈모증 치료약에 쓰이는 비용은 2%(758억 원) 밖에 되지 않는다.

응답자 50%, 두피 이상 증세 경험

대한모발학회는 일반 국민의 ‘탈모증에 대한 인식 및 행동 패턴’을 조사하기 위해 강동경희대병원과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을 방문한 10~70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3%가 탈모(40%), 가려움증(31%) 등 두피에 이상 증상을 경험했지만, 탈모증 진단과 치료법을 선택할 때 의료진보다 비전문가의 영향력이 더 높았다.

탈모증은 남성형 탈모, 원형 탈모, 여성형 탈모 등 유형이 다양해 유형과 단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탈모증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응답자는 39%에 불과했다. 또 탈모증 진단을 10명 중 5명이 가족, 친구 등의 지인의 의견을 선호했다.

탈모증이 의심돼도 병원을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병원에 갈 정도의 탈모증이 아니라고 낙관적으로 판단(46%)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병ㆍ의원의 탈모증 치료에 대해 의구심을 갖거나(18%), 관리실, 미용실, 약국 등에서 병·의원 치료는 효과가 없다고 했기 때문(13%), 비싼 치료 비용(10%) 등도 병·의원 치료를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탈모증 치료를 위해 병ㆍ의원 보다 두피관리실 미용실 등을 이용했지만 만족도는 낮았다. 탈모 개선과 예방을 위해 샴푸와 토닉 등의 화장품이나 의약외품 사용이 46%로 가장 높았고, 10명 중 8명은 화장품을 통한 탈모관리 효과를 신뢰했다.

다음으로 병ㆍ의원 치료(36%), 두피관리실 미용실 등의 방문 관리(9%), 탈모에 좋은 음식 섭취(4%)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비의학적 치료 후 효과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았다. 10명 중 9명은 탈모방지샴푸 등 탈모 관련 제품의 효과를 경험하지 못했고, 특정 음식 등을 통한 치료에 대한 만족도도 2%에 그쳤다.

이번 결과를 발표한 강훈 대한모발학회 총무이사(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면 탈모 유형과 단계에 대한 의학적인 진단이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환자들이 자신이 어떠한 유형의 탈모인지조차 모르고, 비의학적 방법에 의지해 질환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강 이사는 “탈모증은 의학적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피부과 질환이라는 사실을 알고, 탈모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 올바른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우영 대한모발학회 회장이 지난 27일 '탈모증'을 주제로 진행된 대한모발학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심우영 대한모발학회 회장이 지난 27일 '탈모증'을 주제로 진행된 대한모발학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검증 안 된 치료법과 허위ㆍ과장 광고에 속지 말아야

“탈모 환자의 간절함을 노린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 허위ㆍ과장 광고가 너무나 많습니다.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선전하는 탈모 제품 재평가가 시급합니다.”

심우영 대한모발학회 회장(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은 “탈모에 대한 높은 관심과 달리 탈모증을 질병으로 바라보고 치료하려는 사회적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회장은 “탈모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의학적 치료법이 아닌 화장품, 두피관리실 등에 의지해 경제적, 정신적 손실을 보고 있다"며 "환자들이 진단을 조기에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환경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광성 대한모발학회 기획이사(인하대병원 피부과 교수)도 “많은 탈모증 환자가 광고에 현혹돼 탈모 관련 제품을 통한 탈모 치료에 의지하고 있다”며 "올바른 선택을 위해 탈모제에 대한 기능 인증과 적절한 광고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2011년 6개국 남성 탈모환자 604명 조사에서 한국 환자는 평균 4.2회 자가 치료법(샴푸, 녹차 물, 탈모방지 빗 등)을 시도한 뒤 병원을 찾았다. 미국(3.4회) 프랑스(2.1회) 독일(2.3회) 등에 비해 자가 치료 비율이 훨씬 높았다. 또 국내 탈모 환자가 의학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7.3년이나 걸렸다. 이 기간에 적절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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