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도 19.9%로 김무성 제쳐
지역 편중 없고 30ㆍ40대 압도적
사퇴 당일 SNS서 대통령보다 유명세
진보성향 29%ㆍ중도성향 25% 강세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비록 청와대ㆍ친박계에 떠밀려 원내대표직을 내놓긴 했지만, 여론은 박근혜 대통령에 맞선 그의 결기를 극히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가 단기간에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고는 하지만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은 그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호의적 여론 급확산… 與 잠룡 1위까지
유 전 원내대표는 10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8~9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19.9%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비록 단 1곳의 조사 결과이고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그간 부동의 1위를 달려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8.8%)를 추월했다는 점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특히 유 전 원내대표의 상승세는 상당히 이례적이기도 하다. 이번 사퇴 파동 직전만 해도 유권자들 사이에서 무명에 가까웠지만,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지난 8일 김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하더니 불과 하루 이틀 새 전세를 역전시킨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가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지지를 받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는 새누리당의 텃밭격인 대구ㆍ경북(TK)에서 26.3%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고, 여권 입장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는 광주ㆍ전라지역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27.7%를 얻었다. 대전ㆍ세종ㆍ충청에서도 23.9%로 중원의 호령자로 떠올랐다. 김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ㆍ경남ㆍ울산(PK) 정도를 제외하고는 큰 격차가 나지 않는 2위였다.
연령별로도 전체 여론의 흐름을 좌우하는 30~40대에서 30% 안팎의 지지를 얻으며 김 대표를 압도했다. 다만 50대와 60대 이상 층에서는 각각 17.6%, 10.1%로 평균치를 밑돌았다. 또 20대에서는 4.2%를 얻는 데 그쳤는데, 이 연령대에서는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무려 68.0%에 달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SNS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소셜메트릭스에 따르면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이름이 언급된 건수는 원내대표직 사퇴 당일 4만5,391건으로 박 대통령(2만964건)을 크게 앞서며 절정에 올랐고, 이후에도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표 안돼”… 지지층 외면 극복 과제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급격히 확산되고는 있지만, 이를 찬찬히 뜯어보면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도 금세 확인된다. 무엇보다 그에 대한 지지층의 상당수가 전통적 의미에선 야당 지지층에 가깝다는 점에서다. 새누리당의 주된 지지층의 호응은 미약한 것이다.
실제 유 원내대표 지지층을 정치성향별로 보면 진보성향과 중도성향 유권자층에선 각각 29.4%, 25.3%로 강세를 보였지만, 보수성향의 유권자는 8.6%만이 지지를 보내 김 대표(35.5%)에 크게 뒤졌다. 지지 정당별로도 새정치연합 지지층과 무당층에서는 각각 27.1%, 22.6%의 지지를 받았지만, 정작 새누리당 지지층에선 10.1%를 얻는 데 그쳤다.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이번 인기는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는 ‘시원해서 좋다’는 수준 아닌가 싶다”면서 “야당 지지층이 실제 선거에서도 지지를 보낼 가능성은 거의 없는 만큼 유 전 원내대표로서는 지지층의 닫힌 마음을 여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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