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것은 세기의 회담 주인공이 될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가 묵을 호텔이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카펠라 호텔로 6일 정해졌고, 이보다 하루 전날 미디어센터가 F1핏 빌딩으로 결정됐다. 두 정상이 묵는 호텔이 어디냐에 따라 경호와 의전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역사적인 이번 회담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위치가 북미 정상의 신변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막판까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상 의전의 핵심은 두 사람이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각종 의식으로 구현하는 것. 이 점을 감안하면 정상회담장으로 쓰일 카펠라 호텔은 양 정상의 숙소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가 관계자는 “북한은 의전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밖에 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대통령이 묵고 있는 호텔로 들어가 회담하는 모습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카펠라 호텔은 지난달 28일 입국한 미국 측 의전 실무협상팀의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머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력한 숙소로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 숙소는 샹그릴라 호텔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싱가포르 정부가 지난 3일 관보를 통해 지정한 특별행사구역 한복판에 있다. 주 싱가포르 미 대사관이 회담 기간인 10~14일에 맞춰 일찌감치 예약한 곳이다. 샹그릴라 호텔 관계자는 “미 대사관이 투숙객 정보 없이 대부분(almost)의 방을 잡아놓고 있다”고 말했다.
샹그릴라 호텔은 일반적인 호텔 출입구로 이용되는 타워윙과 그 양쪽으로 가든윙, 벨리윙으로 구성돼 있는데, 벨리윙은 샹그릴라 호텔 이름을 쓸 뿐, 사실상 다른 호텔이다. 별도의 자동차 출입구가 있으며, 각 층 스위트룸 양쪽으로 참모진들이 묵을 숙소가 마련돼 있는 등 정상회담에 특화돼 있다. 지난 3월 이곳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정상회의 당시 여러 정상들이 벨리윙에서 묵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의 경우 두 정상이 같은 호텔에서 아래 위로 투숙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김 위원장의 숙소로 당초 거론되던 곳은 풀러턴 호텔. 북측 의전 실무협상팀이 묵고 있는 곳으로, 김 위원장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호텔이다. 지난 3일 찾은 풀러턴 호텔의 리셉션, 보안 직원들은 교육을 받은 듯 관련 질문에 철저하게 함구했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도 “풀러턴 호텔은 10~14일 예약이 막혀 있는 상황”이라고 확인, 그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날 현재까지 싱가포르 정부가 풀러턴 호텔과 그 인근 지역을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상 숙소로 이용될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이 경우 지난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과 회담 당시 숙소로 사용했던 세인트 레지스 호텔이 유력하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도 지난주 이 곳을 답사했다. 샹그릴라 호텔과 마찬가지로 특별구역 안에 위치해 있고, 오차드로드 북쪽 끝에서 샹그릴라 호텔과 좌우로 비슷한 거리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샹그릴라에서 묵고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묵는다면, 카펠라 호텔까지 두 정상의 거리도 같아지게 된다.
싱가포르=정민승 특파원, 김재경 코리아타임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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