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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현충원 이웃 YS DJ

입력
2015.1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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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 4호선을 타고 동작역을 지날 때면 늘 기분이 들뜬다. 지하에서 밝은 지상구간으로 올라와 우선 좋고, 전동차 창문을 통해 바깥 경치를 즐기는 맛이 여간 쏠쏠하지 않다. 한강 주변과 건너편 동작동 현충원 일대는 일년 내내 다채로운 풍광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어제(26일) 아침 출근길에는 한강을 건너는 내내 국립현충원 쪽에 시선을 두었다. 몇 시간 후면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저 어느 쯤에서 영면에 들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쳐서였다.

▦ 김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9선 의회주의자로서 마지막 등원이 된 국회의사당 영결식 후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6년 전 먼저 묻힌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300m쯤 떨어진 곳이다. 필생의 정치 라이벌이자 민주화 투쟁 동지였던 두 사람이 생전 거처였던 상도동과 동교동을 떠나 동작동 현충원의 가까운 이웃이 된 셈이다. 밤 이슥해서 안장 절차와 작업이 끝나고 이승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뒤 두 혼령이 만나“동지, 어서 오시게”“편안히 잘 계셨는가”하고 인사를 나누지는 않았을까?

▦ 고 이승만 전 대통령 내외와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소도 인근이다. 위치 상으로 박 전 대통령 묘가 맨 위쪽이고, 이 전 대통령 묘는 DJ 묘 70m 아래 지점에 있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동작동 현충원 일대는 공작새가 알을 품은 형국의 명당지라고 한다. 박 전 대통령 묘소는 공작 가슴 부분이고 DJ묘소는 오른쪽 날개, YS묘소는 왼쪽 날개, 이 전 대통령의 묘소는 공작 두 다리 사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호사가들은 어느 터가 더 명당인가 따지기도 하지만, 명당 복을 받아도 모든 국민이 받을 터이니 아무래도 좋다.

▦ 국립현충원 측은 일반인도 자유로이 전직 대통령들 묘소를 찾을 수 있게 개방하고 있다. 묘역 주변은 숲이 잘 가꿔져 있어 사철 어느 때 가도 좋은 산책코스다. 이 곳에 묻힌 이들은 바통을 이어가며 국가를 이끌고 발전시켜왔지만 공과를 놓고 격렬한 논란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뜨거워진 머리를 식힐 겸 주말 같은 때 전직 대통령들의 묘소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아이들과 함께 하면 좋은 역사공부가 될 것이다. 이곳에 새로 입주한 YS의 통합과 화합의 유지(遺志)를 되새기며.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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