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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카톡! 밤 10시에 업무 지시… 사이버 스트레스 심각

입력
2016.06.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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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끝나도 메신저 호출

직장인들 “24시간 일하는 느낌”

계속되면 우울증ㆍ불면증 유발

도움받지 못하면 자살충동까지

수직적 기업문화가 고통 키워

개인 삶 무시하는 풍토 고쳐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LG유플러스는 최근 ‘절대 하면 안 되는 일’ 매뉴얼을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밤 10시 이후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 금지가 으뜸항목이었다. 삼성SDI는 퇴근 후와 주말 등 근무시간 이외 메신저 사용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단체 대화방에서 대답이나 확인이 늦었다는 이유로 부하 직원을 공개 면박하는 것도 제재 대상이다.

직장인들이 ‘사이버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사이버 스트레스는 사이버상에서 집단적으로 특정인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과 차이가 있지만 사이버 스트레스에 노출된 직장인들은 “24시간 근무하는 느낌”이라면서 “의무적으로 직장상사가 페이스북에 사진이나 글을 올리면 ‘좋아요’를 눌러야 하고, 10시 이후에 카톡으로 업무지시가 떨어지면 그야말로 멘붕에 빠진다”고 말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지속적으로 사이버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우울증상과 함께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여기에 분노 증가, 식이장애도 생길 수 있다. 김정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이버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업무집중이 되지 않아 업무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회사 출근 자체를 두려워하고, 최악의 경우 자살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사이버 스트레스의 가장 큰 문제는 사이버불링과 달리 스트레스를 제공한 이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해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이버 스트레스를 가하는 직장상사들은 즉각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불안한 강박증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이버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즉각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증상에 빠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론적으로 사이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트레스를 제공한 직장상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직장상사에게 “밤늦게 카톡 등으로 업무지시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 있는 직장인은 없다. 전문의들은 ‘김 빼기’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냄비에서 물이 끓을 때 뚜껑을 열어 김을 빼듯이 사이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ㆍ정신적 여유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직장동료나 가족에게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는 것이 효과적이다. 김 교수는 “믿을 수 있는 직장동료나 가족에게 사이버 스트레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상황이 객관화돼 기분전환이 가능하다”면서 “이들에게 위로나 격려를 받으면 사이버 스트레스를 극복할 힘도 얻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근본 치료는 될 수 없지만 취미생활이나 운동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전문의들은 사이버 스트레스는 개인병리가 아닌 사회병리적 측면이 강하다고 말한다. 이수정 부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겉으로는 개인이 스트레스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단적으로 사이버 스트레스를 가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기업문화가 변하지 않으면 사이버 스트레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이버 스트레스 문제는 심각하다. 오프라인과 달리 언제 어디서나 응답을 해야 되는 사이버 특성 때문이다. 김 교수는 “사이버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이 주변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자살충동이 30~40% 증가한다”면서 “직장 내 스트레스보다 사이버 스트레스는 고통도 2배 이상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 ‘의리’ 등 수직적 기업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스트레스 양과 질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사이버 스트레스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사회성이 부족한지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개인주의를 말하고 있지만 개인의 삶을 철저히 무시하는 사회풍토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ㆍ문화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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