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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승자 없는 게임’… 재가동 출구는 정상회담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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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승자 없는 게임’… 재가동 출구는 정상회담밖에 없다

입력
2016.05.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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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달러박스에서 애물단지 전락

북한군 공단 순찰만 간간이 포착… 설비ㆍ원자재 반출은 없는듯

남측은 입주기업들 손배소 홍역

정부 “비핵화 의지가 우선” 못박아

꽁꽁 언 남북관계 돌파구 안 보여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대응 조치로 지난 2월 10일 전면 가동중단을 결정한 개성공단이 폐쇄 100일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 공단 뒷편 도로(붉은 색 동그라미)에 북한 주민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대응 조치로 지난 2월 10일 전면 가동중단을 결정한 개성공단이 폐쇄 100일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 공단 뒷편 도로(붉은 색 동그라미)에 북한 주민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춘 지 20일로 100일째가 됐다. 남북관계의 마지막 보루라 불렸던 개성공단은 남북한의 발길이 모두 끊긴 채 버려진 ‘유령 공단’이 됐다. 하지만 북핵 문제에 가로 막혀, 남북한 모두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9일 “남북한이 승자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2월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전격 선언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정부는 4차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도발에 대해 북한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해 도발과 보상의 악순환을 끊겠다고 별렀다.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잠시 당황하는 듯 하던 북한은 하루 만에 개성공단 폐쇄와 공단 내 남측 인원 전원 추방으로 맞불을 놓았다. 그로부터 100일이 흐르는 사이, 개성공단도 남북관계도 꽁꽁 얼어 붙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방치하고 있다. 북한군이 공단 내부를 순찰하는 모습이 간간이 포착될 뿐, 정적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북한이 남측 기업들의 자산인 기계 설비를 뜯어 반출하거나 공단 부지를 군 부대로 바꾸려 할 것이라는 관측은 빗나갔다. 통일부 당국자는 “2월 기업들이 철수할 때의 작업 현장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업들이 남기고 온 완제품이나 원ㆍ부자재 등을 대거 빼돌린 흔적도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측에서 공급 받던 전력이 끊긴 탓에 공단에 손을 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선 개성공단이 골치 아픈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 지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기업 손실 보상은 난제 중의 난제다. 정부는 그간 5차례에 걸쳐 피해 기업 지원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르면 다음 주 종합 지원 대책을 내놓을 준비를 하는 등 성의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들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개성공단 관련 163개 기업은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이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졌고, 재산권을 침해 당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개성공단 근로자 100여명도 국가배상청구 소송에 나선 상태다.

결정적 손실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남북관계가 후퇴했다는 점이다. ‘2016 통일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 교역액은 27억 1,448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이 중 개성공단 교역액이 99.6%를 차지했다. 개성공단이 멈춘 뒤로는 남북 교역액은 0원에 수렴했다. 통일부가 ‘월간남북교류동향 자료’ 발표를 중단한 것은 남북관계의 암담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최소한의 비핵화 의지라도 보여야 한다”는 것을 개성공단 문제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의 양보할 수 없는 전제 조건으로 못박았다. 때문에 ‘정경(政經) 분리 원칙’으로 돌아가 개성공단과 북핵 문제를 별도로 접근해 풀어야 한다는 주문이 먹힐 공간 자체가 없다. 더구나 정부가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에 전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만큼,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한 개성공단 재가동에 나설 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에 개성공단을 다시 열 유일한 열쇠는 남북 정상회담 등을 통한 남북의 통 큰 결단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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